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팀이 향후 10년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3.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장이나 의회 예산국 등이 내놓은 기존 전망치를 뛰어넘는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이 향후 10년 간 미국의 GDP 성장률이 3~3.5%에 달할 것으로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미국의 GDP 성장률은 3.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 의회 예산처(CBO)가 전망한 2021~2027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1.9%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장기 성장률 전망치 1.8%를 넘어서는 규모다.
WSJ은 트럼프 경제팀의 예상치가 지난 10년간 평균 2% 정도에 달했던 미국의 경제 성장률에 비해 높은 추정치라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생산성과 노동력의 증가 속도를 개선하는 등 몇 가지 변화 없이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예측 전문가인 하버드대학 데일 조르젠슨 교수는 “3% 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런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르젠슨 교수는 앞으로 10년간 미 GDP가 1.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한 데다가 노동자 교육이 정체돼 숙련공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르젠슨 교수가 내다본 성장률 최대치는 2.4% 가량이다.
트럼프 경제팀은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 등의 정책이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자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예측대로 성장률이 높아지면 GDP 대비 재정적자가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자 감축을 지지하는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의 마야 맥귀니스 대표는 군비 지출을 늘리면서도 세금을 감축하는 트럼프의 정책은 재정적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맥귀니스는 “장밋빛 경제 성장 시나리오는 앞으로 몇 년간 수조 달러를 더 차입하게 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성장률이 기대대로 되지 않는다면 재정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