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말까…국민의당 사드 찬·반 갈팡질팡, 21일 재검토 하기로

입력 2017-02-18 10:37

국민의당이 17일 정체된 지지율을 뒤집고자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지만 내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고 해도 중도우파의 표심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인데다가 정치적 근거지인 호남에서 말바꾸기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끝에 국민의당은 당론 재검토를 21일로 미뤘다. 

당내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당론을 사드 배치 찬성으로 바꿔봤자 실익 없이 집토끼만 놓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진보 중심 지형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사드 배치 하나를 놓고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전반적으로 진보적 사고를 갖고 있는 호남 쪽에서 어떻게 보겠느냐. (당론을 뒤집어도) 실익은 거기서 거기”라고 말했다.   

말바꾸기 논란 또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재논의로 괜히 당만 시끄러워지는 게 아니냐. 우리가 처음부터 성급하게 사드반대 기치를 세웠는데 지금 와서 재논의를 한다는 것도 우습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 암살도 몇 년 전부터 예측됐던 상황이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모르는 상황이 아니었다. 새로운 변화가 없는데 당론을 성급하게 결정하고 또 바꾸는 게 도움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당 안팎의 사드 배치 반대론자들은 벌써부터 국민의당의 움직임을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정동영 국가대개혁위원장은 지난 1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정남이 피살되고 나서 당론을 뒤집어야 한다면 그건 정말 웃음거리가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날 CPBC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성주까지 국회의원 20명 데리고 내려가 과시적 행태를 한 당은 국민의당 하나 밖에 없다”며 “최근에 당론을 변경하겠다고 했지만 처음엔 사드 반대, 그 다음에 무관심, 그 다음에 당론 변경으로 가는 수순은 전형적인 정략이고 시류에 따른 눈치 보기 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논란이 커지자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사드 당론 재논의를 21일로 미뤘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찬성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국민의당 의원은 “당론을 만들 때야 일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와도 당론을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은 없지만 이미 형성된 당론을 바꿀 때는 몇 사람이라도 반대를 하면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론 변경이 무산될 경우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엇박자가 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5일 안보·국방 공약을 발표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식적으로 이미 합의한 내용을 고려하면서 관련 현안 문제점을 국익에 부합하게 해결해 가겠다”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 찬성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