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이날 “이 부회장의 구속이 탄핵사건과 관련해 무슨 의미인지 말하려면 더 많은 정보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굳이 말하라 한다면 탄핵사유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손 변호사는 “이번에 특검이 영장청구 사유로 사용한 이 부회장의 특경가법위반혐의·범죄수익은닉혐의·국외재산도피혐의 등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와는 전혀 무관한 삼성내부의 사적인 일들과 관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변호사는 법원이 어떠한 사실관계를 인정한 끝에 발부를 결정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제한적인 의견을 폈다. 이어 이 부회장과 탄핵사건의 관련 의미에 대해서는 “탄핵사유에 아무 영향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인단을 대표한 것이 아닌 개인적 의견이라는 설명도 첨언했다.
사견을 전제로 했지만 손 변호사의 의견은 그간 그가 소속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공식적 주장과 반대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최근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공식 합류한 이동흡 변호사는 불과 3일 전인 14일 “특별검사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며 “이런 제반상황을 종합하면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에게 삼성그룹과 관련하여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음은 논증이 되었다 할 것”이라고 헌법재판소에서 변론했다. “삼성그룹 관련 탄핵소추사유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근거가 곧 이 부회장 구속영장의 기각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불과 사흘 만에 무색해진 셈이다. 대리인단 내부에서 “구속과 탄핵심판은 무관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간의 변론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다만 이에 대해 손 변호사는 “특검이 이재용에 대한 금번 구속영장 청구에 기재한 새로운 사유는 탄핵소추의결서에 없어 탄핵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나와 이 전 재판관은 서로 모순되지 않고 상호 보완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가 된 새로운 사실은 삼성의 순환출자 연결고리 제거 문제인데, 이와 관련한 사실관계는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사유가 아니라는 논리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재는 국회 소추위원 측과 대통령 측에 각각 23일까지 종합의견을 제출하고 24일 최종변론을 준비토록 주문했다. 국회 측은 빠른 심판 진행을 환영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