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구속기소)씨 일가 특혜지원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상진(64)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사장은 이재용(49·구속)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기각해 서울구치소에서 귀가했다.
승마협회장인 박 사장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최씨를 직접 만나는 등 삼성그룹이 최씨 일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각종 실무를 담당했다.
박 사장은 당시 독일에서 삼성이 정유라(21)씨에게 고가의 말을 지원한 사실을 숨기고, 다시 고가의 명마를 지원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덴마크 중개상과 위장 컨설팅 계약을 맺어 기존 말 2필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민 뒤 20억원이 넘는 말 2필을 최씨에게 넘어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박 사장이 독일에서 최씨를 만났을 당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도 확보했다. 해당 메모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경우 삼성이 입을 타격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박 사장에게 이 부회장과 같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실무에 깊숙하게 관여한 만큼 이 부회장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전날 박 사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박 사장이 이 부회장의 지시를 실행에 옮겼을 뿐 범행을 주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최씨에게 넘어가는 과정을 혼자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고, 이 부회장의 지시를 거절할 위치도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박 사장이 특검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하며 진전된 진술을 제공한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최씨를 지원 한 사실을 부인하다가 특검팀이 물증을 들이대자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근거로 법원이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삼성전자 사장이라는 신분도 구속영장 발부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인 ‘도주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작용했을 거라는 해석도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