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좌충우돌 기자회견… 우려·경악·비난 쏟아져

입력 2017-02-17 10:3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좌충우돌 발언을 쏟아내자 워싱턴 안팎에서 트럼프와 새 정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안보정책 핵심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 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로 퇴진했고 야심차게 시행한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저지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근거없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모든 혼란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언론 탓으로 돌리자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줄리언 젤리저 교수는 16일 CNN에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대통령답지 않은 태도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었지만 입을 딱 벌릴 정도로 놀라웠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에게 “조용히 하라” “자리에 앉아라”라고 윽박질렀고 흑인 여기자에겐 흑인 하원의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며 인종주의적 시각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방송사의 시청률을 언급하며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기자에게 “CNN에 출연하는 패널들은 모두 반트럼프”라고 공격했다. BBC 존 소펠 기자가 질문하기 전 신분을 밝히자 “여기 미인 한 명 또 납셨네” 라고 비아냥댔다. 소펠 기자가 지지않고 “불편부당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말”이라고 맞받자 트럼프는 “물론 그렇지, CNN처럼” 이라고 이죽댔다.

소펠 기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상사가 새 명함을 승인했다. 명함에 존 소펠, 또 한 명의 미인, 북미 에디터라고 썼다”며 황당한 심정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득표수가 훨씬 많았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플린 전 국가안보 보좌관을 비롯한 참모진의 러시아 유착설도 모두 언론의 가짜뉴스로 몰아부쳤다.

젤리저 교수는 “대통령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우려스러운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의회 흑인 원내단체( Congressional Black Caucus ) 소속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흑인인 에이프릴 라이언 기자에게 자신들과 면담을 주선하라고 말한 데 대해 당혹감과 경악을 표시했다.

의원들은 “트럼프의 말에 경멸의 요소가 확실하게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언 기자는 “대통령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앨 프랭크 민주당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몇 몇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