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챤아카데미(원장 이근복 목사)가 최근 서울 중구 경동교회(채수일 목사)에서 개최한 평신도포럼에서 김형석(98) 연세대 명예교수는 본인의 신앙관을 토대로 기독교인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아무리 교회를 열심히 다녀도 예수를 만나지 못한 사람, 즉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깊이 체험하지 못한 이는 엄밀히 말해 기독교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김 교수는 기독교인의 신앙이 성숙해져 가는 단계에 대해 설명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받아드리는 것이 처음이고 주님께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걸 인식하는 게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다음 단계로 ‘내가 주님을 택한 게 아니라 예수께서 나를 택하셨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며 “그 후에는 예수께서 이 땅에서 행하신 복음전파의 사명을 하나님이 내게도 맡기셨다는 것을 알고 실천할 수 있다”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올바른 신앙관 정립을 방해하는 요소로 ‘교리에 대한 집착’과 그로인해 파생되는 ‘교권주의’를 꼽았다.
그는 “목회자들 중에 말년에 존경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예수의 말씀을 인생관과 가치관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말씀을 교리로만 받아들인 것이지 진리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교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중세 가톨릭처럼 교권주의를 만든다”며 “예수는 교권보다 인권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예로 유대인들은 십계명 중 네 번째로 ‘안식일 성수’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했지만 예수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고 하셨다”며 “계명과 율법이 신앙의 목적이 아님을 말하고자 하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사회는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교권주의에 사로잡힌 교회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며 “단적인 예로 목회자들의 지적 능력이 성도들에 미치지 못해 지성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교회주의, 성장주의에 매몰된 한국교회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크기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교회가 늘어나면서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목소리는 많이 들렸지만 정작 ‘하나님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음성은 듣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큰 교회가 아니라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여 자기 인생과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교회라는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서 너무 편협하게 살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이젠 예수를 만난 기독교인들이 민족에게 희망을 주고 하나님나라 확장을 이뤄가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어 “그리스도로 인해 자신이 변화되고, 역사 또한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평신도포럼은 ‘지성적 신앙과 일상의 성화’를 주제로 교계 인사를 강사로 초청해 매월 열린다. 다음 달에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4월엔 박상은 안양 샘병원 원장이 강사로 나선다.
이사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