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17일 전경련 이사회 대거 불참… 무산 위기

입력 2017-02-16 13:37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회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지만 부회장단 회원사로 있는 주요 대기업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혀 무산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회 정족수를 채워 이사회가 열린다 하더라도 핵심 회원사의 이탈로 맥빠진 회의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 대부분이 이사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총수들은 해외 출장 등 경영 사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전경련을 탈퇴하지 않은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오전까지 참석여부가 미정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이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회의에 불참하거나 여전히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애초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 사정 등으로 참석하지 않는 업체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사회 개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경련 이사회는 110여명으로 구성되며 절반이 넘는 55명 이상이 참여해야 진행된다.

회원사들이 이사회 참석을 망설이는 것은 최근 삼성과 SK마저 탈퇴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하고, 위축된 전경련이 앞으로 재계를 대변하는 등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보수단체 지원 등 정경유착으로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지금, 적극적인 회원사 활동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가장 관련이 큰 민간 조직이 전경련이기에 차기 회장 선임 등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이사회가 제대로 열릴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일단 이사회에 오겠다는 의사는 밝혔지만, 자체적으로 참석 계획이 취소되거나 그동안 마음이 바뀐 기업들이 다수 있을 것”이라며 “이사회가 제대로 개최될지는 누구도 장담 못 하고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12월 회원사 간담회와 지난달 정기 회장단 회의 참석률이 저조했던 것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당시 비공개로 진행된 회원사 대상 간담회에는 4대 그룹 중 LG만 참석하는 등 전반적으로 낮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개최된 정기 회장단 회의 또한 참석대상 18개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이사회가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라며 이제까지 이사회가 무산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몇 개의 회원사가 참석하는지는 담당 부서가 전담하고 있어 우리도 파악이 불가능하다”면서도 “기존 사례로 볼 때 이사회가 회원사 불참 등 이유로 무산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어 이번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결산, 올해 예산과 사업계획, 회비 등 사안이 큰 틀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사회가 열리고 의결이 진행되면 정기 총회는 오는 24일나 28일께 열릴 전망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