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이모 죽는대. 엄마가 한 번 대통령께 전화 해봐”

입력 2017-02-15 23:22


“엄마, 이모 죽는대. 엄마가 한 번 (전화)해봐”

지난해 10월 26일 장시호(38·구속 기소)씨는 독일에 있던 이모 최순실(61·구속 기소)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이) 내 전화를 안받으니 네가 한 번 해봐라. 모르는 번호는 받을 것 아니냐”며 전화번호 하나를 알려줬다. 박근혜 대통령이 쓴다는 차명 번호였다. 장씨는 이를 모친인 최순득씨에게 전했다. 모친이 예전 최씨, 박 대통령과 함께 생활한 적도 있었기에 본인 보다 모친이 연락을 취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순득씨는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받았다. 최씨의 상황을 전달한 순득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윤 행정관은 곧바로 박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고, 조금 뒤 박 대통령을 바꿔줬다.

장씨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특검에서 진술했다. 그는 특검에서 “모친이 박 대통령에게 ‘동생 때문에 시끄러워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고, 박 대통령은 ‘그러게요. 일이 이렇게 됐네요. 빨리 동생이 들어와야 해결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최씨가 박 대통령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해 4월 18일부터 그해 10월 26일까지 최씨와 박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총 570차례 차명 폰을 이용해 통화했다고 말했다. 이 중 127차례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씨가 독일로 도피해 있는 기간(9월 3일~10월 30일)에 이뤄졌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통화를 한 날짜는 10월 25일로 전해졌다.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직후 최씨는 박 대통령과 다음날 새벽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그날 오후 4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씨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박 대통령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튿날 조카 장씨를 통해 박 대통령과 접촉을 시도한 이유다. 최씨는 순득씨로부터 박 대통령의 얘기를 건네 듣고 나흘 뒤인 30일 귀국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