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니나가와 유키오가 매료된 일본 연극계 재주꾼, 첫 내한공연

입력 2017-02-15 22:44 수정 2017-02-16 10:06
니나가와 유키오(왼쪽)와 후지타 타카히로. 사이타마예술극장 홈페이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연극계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1935~2016)는 말년에 50살이나 어린 극작가 겸 연출가의 재능에 매료됐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한 신작을 의뢰했다. 그는 바로 극단 맘앤집시를 이끄는 후지타 타카히로다.

 그는 ‘조용한 연극’으로 유명한 히라타 오리자의 문하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22살의 나이인 지난 2007년 극단을 창단한 뒤 자신이 쓰고 연출한 작품을 잇따라 무대에 올렸다. 2012년 일본 연극계 최고 권위의 희곡상인 제56회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오키나와 전쟁에 동원된 소녀들을 그린 동명만화를 무대화한 ‘코쿤'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코쿤'을 흥미롭게 본 니나가와가 얼마 뒤 그를 만나 신작을 의뢰했다. ‘니나의 솜’이라는 타이틀의 신작은 아시아 출신으로 세계적인 연출가 반열에 오른 니나가와의 연극 인생을 다뤘다. 당초 지난해 2월 니나가와와 그가 각각 연출한 버전으로 교차상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습에 들어간지 얼마 안돼 니나가와의 병세가 악화돼 무기한 연기되더니 5월 니나가와의 타계와 함께 취소됐다. 비록 니나가와와의 작업은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그는 이후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후지타 타카히로가 극단 맘앤집시에서 선보인 ‘점과 점을, 잇는 선. 으로 이루어진, 육면체.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몇 개나 되는. 서로 다른, 세계. 그리고 빛에 대해’. 극단 맘앤집시 제공

 그의 연출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은 한 장면을 여러 시선에서 기억하고 반복하는 ‘후렴’이다. 작품 속에서는 한 사건에 대한 여러 등장인물들 각각의 회상이 반복되고 중첩된다. 연극이 시작될 때 조각조각 등장하는 장면들은 연극이 끝날 때면 하나로 모아져 머릿속에서 재구성된다. 이런 방식은 순차적인 전개보다 훨씬 임팩트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왔던 극단 첼피쉬의 오카다 토시키를 비롯해 2000년대 앞다퉈 등장한 일본 젊은 연극인들, 소위 ‘제로 세대’의 막내에 해당한다. 제로 세대는 대체로 히라타 오리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으며 일본의 젊은이들이 처한 일상을 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대중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으며 자라난 이들은 기존의 연극어법과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또한 연극만이 아니라 영화, 드라마, 소설,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연극계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는 후지타가 25~26일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극단 맘앤집시의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 작품은 2014년 초연된 이후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자주 초청받은 ‘점과 점을, 잇는 선. 으로 이루어진, 육면체.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몇 개나 되는. 서로 다른, 세계. 그리고 빛에 대해’.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2001년과 2011년을 무대로 개인적인 기억과,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와 동일본 대지진 등 세계사적인 기억을 대등하게 묘사해 초연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문의 010-8720-1884, 예매는 플레이티켓.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