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두목이 되겠습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농구(KBL) 데뷔 당시 이승현(25·고양 오리온)이 내뱉었던 말이다. 고려대 시절 ‘두목 호랑이’로 불렸던 그는 프로에서의 성공을 다짐하며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랬던 그가 어느덧 프로 3년차다.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대로 ‘KBL 두목’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승현의 프로생활은 승승장구의 연속이다. 데뷔 첫 해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장해 평균 10.87점 5.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에는 소속팀 오리온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키가 197㎝로 빅맨 치고는 작았던 탓에 프로에 와서 남몰래 갈고 닦았던 3점슛 능력을 본격적으로 뽐냈다. 이젠 리그를 대표하는 전천후 포워드라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올 시즌도 그의 활약에는 변함이 없다. 34경기에서 10.68점 6.7리바운드 2.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내외곽 공수에서 전방위로 활약하는 이승현은 리그 3위를 달리는 오리온의 원동력이다.
발목부상으로 3주간 결장했던 그는 지난 3일 창원 LG와의 경기 때 복귀했다. 복귀 후 5경기에서 모두 한 자릿수 득점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1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전. 부상 복귀 후 여섯 번째 경기였다. 이승현은 거의 ‘인생경기’나 다름없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이승현은 커리어하이인 33점(3점슛 3개)에 9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은 물론이고, 올 시즌 국내선수 최다득점까지 경신했다. 오리온은 이승현의 활약 속에 3연승을 달렸고, 공동 1위 삼성, 안양 KGC와의 승차를 1경기로 좁혔다.
이승현은 이날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플레이를 모두 보여줬다. 포워드 김동욱과 여러 차례 2대 2 플레이를 선보이며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4쿼터 삼성에 추격을 당하는 상황에선 중거리 3점포로 찬물을 끼얹었다.
골밑에선 삼성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 김준일 등을 상대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며 진흙탕 수비를 펼쳤다. 여기에 틈틈이 동료들의 슛 기회를 살려주는 패스까지 더했다.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의 활약에 대해 “100점”이라고 표현했다.
부상 여파를 딛고 올라선 이승현의 활약 덕분에 오리온은 다시 리그 1위 싸움에 불을 지폈다. 이승현은 지난 챔프전 우승으로 이미 프로에서도 ‘고기 맛’을 본 선수다. 다시 잡은 선두 등극 기회를 눈앞에 두고 그가 그냥 보고만 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L 최고를 꿈꾸는 이승현의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