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메시지 디자인 세계무대 통했다… iF 디자인 어워드 김범준 집사

입력 2017-02-14 17:34
디자이너 김범준(37)씨가 교회 로고로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다. 이 상은 독일의 ‘레드닷(Reddot) 디자인 어워드’, 미국 산업디자인협회의 ‘IDEA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며 이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겐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이자 명예의 전당으로 불린다.

강민석 선임기자

김씨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얼떨떨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한국의 교회 브랜딩(Church branding in Korea)'이란 작품을 출품한 김씨는 다음 달 1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커뮤니케이션 브랜딩 부문 본상 수상자로 레드 카펫을 밟는다. 올해 출품된 작품은 전 세계 59개국에서 5575점. 그 중 독창성, 감각적·지적 자극 등 10개 심사기준에 따라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수상의 영예를 얻는다.

김씨의 수상이 특별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긴 교회 로고와 시리즈물로선 최초의 수상이라는 점’ ‘대형 광고에이전시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무대에서 크리스천 디자이너 개인으로서 거둔 쾌거라는 점’ ‘생애 첫 해외 디자인상 출품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2일 출근을 준비하다가 이메일을 통해 수상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스팸메일이 온 줄 알았습니다. ‘winner’란 제목의 메일을 열어보는 순간 정지화면이 된 듯 잠시 멍해지더라고요. 그리곤 마음속에 감사가 밀려왔죠.”

경기도 부천 성골로 성만교회(이찬용 목사) 집사인 김씨는 중고등부 시절부터 문학의 밤, 부활절, 성탄절 등 교회 행사와 절기 때마다 복음 메시지를 담은 각종 포스터와 배지를 제작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공대 유학시절엔 정부에서 주최한 뉴질랜드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로고 공모에도 당선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디자이너로 본격 활동하는 동안에도 복음이 담긴 김씨의 작품들은 교회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이번에 수상하는 작품도 2005년 교회를 상징하는 로고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지난해엔 예수님이 교회를 안고 있는 모습을 판화기법으로 표현한 이 로고를 스토리가 있는 작품으로 확장했다.

그는 “오병이어의 기적 등 예수님 공생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표현하면 하나의 그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살아계신 인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작품은 개방적이다. 한 교회의 역사와 이미지를 알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언제 어떤 공간에서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달하는 복음 메신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교회의 홍보물은 내부고객(소속교회 성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외부고객(교회 밖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년 6개월 전엔 ‘온전하게 깨어있자’는 소신을 담아 디자인 회사 와이더웨이크(facebook.com/bewideawake)를 창업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기독교 역사를 시각적으로 디자인한 창조박물관을 세우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은 진화론에 입각한 역사를 다루고 있잖아요. 창조론에 입각해 기독교 역사들을 쉽고 바르게 알려줄 수 있는 박물관이 세워진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 겁니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iF 디자인상 수상보다 훨씬 감격스런 일이 되겠죠.”

최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