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서도 넘기 힘든 벽인가 봅니다. 특검법에 수사대상으로 규정된 관련 의혹사건에 대한 진척이 더딥니다. 특검팀은 오늘 우 전 수석과 관련, 제기된 모든 의혹을 조사하기는 어렵고 그 중 몇 가지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우 전 수석 수사만 보면 특검팀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물론 수사기한이 제한돼 있어 모든 의혹을 규명하기는 쉽지 않겠죠. 그렇지만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개입·방조 의혹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들리기로는 특검에 파견된 현직 검사들이 우 전 수석 수사를 꺼려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친정인 검찰과 법무부의 잘못을 파헤쳐야 하는데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우 전 수석 수사의 결말은 뭘까요. 공식 수사 56일째(2월 14일 화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 우병우 수사 겉도나?=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예전보다 좀 더 길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느낌입니다. ‘수사 차질’ 지적에 나름대로 계획에 따라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결코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일문일답을 보시죠.
Q. 우병우는 (수사 핵심이) 최순실 국정농단 묵인·방조·은폐인데 관련 수사 되고 있나?
A. 수사가 다소 지연된 감은 있으나 수사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 생기면 그때 말씀드리겠다.
Q. 다음주 초까지 소환 안 되면 차질 빚을 것이라는 평가 나올 텐데.
A. 문제없다. 저희들이 적절히 할 것이다.
Q. 우병우 수사가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주 내로 소환 여부 결정해도 다음주 구속영장 청구하고 기소장 작성까지 하면 사실상 특검 기간 내 종결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나온다.
A.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상당히 많다. 제기된 모든 의혹을 조사하기는 어렵고 그 중 몇 가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사가 돼서 특검에서 마무리 할 수 있을 듯하다.
Q. 몇 가지가 뭔가.
A. 그건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
문답을 보더라도 핵심 의혹에 관한 수사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역’인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도 재조율하고 있고, ‘왕실장’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구속한 특검이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칼날을 들이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찰 내 ‘우병우 사단’을 건드릴 경우 검찰의 치부가 또 드러날까봐 그럴까요.
# 대통령 대면조사 재조율=특검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위해 대통령 변호인단과 협의를 재개했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면조사와 관련해 현재 특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므로 여러분에게 특별히 말씀드릴 상황이 될 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Q. 대면조사 관련해서 지난번과 비슷한 방식으로 조율 시작됐다고 이해하면 되나. 아니면 조금 다른 방식인가.
A. 현재 그 부분은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만 같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Q. 어제 브리핑에서 쌍방간 접촉 전혀 없다고 했는데 진전 있는 건가.
A. 접촉 여부라든지 진전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
Q. 국회 쪽에서 특검 수사기간 연장 관련해 의견 요청 왔는지.
A. 특검법 개정안 관련해서 의견 요청 왔었고, 그에 대해 의견서 작성해 이미 보냈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보낸 것으로 안다.
Q. 수사기간 연장 안 된다 했을 땐 지금까지 진행한 수사가 5개 정도로 보이는데 나머지 10개는 수사를 사실상 못한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A. 수사기간 연장이 안 되면 당연히 현재까지 상황에서 추가로 더 할 수 없는 건 맞는 것 같다. 따라서 수사기간 연장 부분은 현재 진행상황 비춰봤을 때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특검은 수사기간 만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예정이다.
# 의료 비리 관련자 줄소환=‘의료 농단’ 의혹의 핵심 중 한 명인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오전 10시쯤 참고인 신분으로 재소환됐습니다. 이 교수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출산을 도와주러 제주도까지 갔다 오는 등 최씨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교수는 청와대 ‘비선 진료’의 당사자인 김영재 원장 부부를 박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시켜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아울러 김 원장 부부가 박 대통령 해외순방 때 여러 차례 동행하는 특혜를 받은 것과 관련, 문형표(구속)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오후 2시쯤 소환해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습니다.
# 첫 구속영장 재청구 심리=정유라씨에게 입시·학사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특검팀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경우는 처음이죠. 최 전 총장은 앞서 오전 9시25분쯤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한 뒤 법원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는 취재진의 여러 가지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오후 2시까지 진행됐습니다. 특검팀과 변호인 간에 3시간30분 동안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이죠. 구속 여부는 오늘 밤늦게 결정됩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