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재활학 박사 부부 탄생, “둘이라서 행복해요”

입력 2017-02-14 10:00 수정 2017-02-14 16:47
국내 첫 재활학 전공 박사 부부가 된 민솔희·박종균 부부가 14일 열린 충남 천안 나사렛대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뒤 환히 웃고 있다. 나사렛대 제공

충남 천안에 있는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학 박사 부부’가 탄생했다.

14일 오전 나사렛대 경건관에서 열린 2016학년도 제60회 학위수여식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받은 민솔희(42)씨 부부가 그 주인공. 민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인권패러다임 관점의 장애인체육활동 모형개발’이다.

민씨의 남편 박종균(52)씨도 3년 전 같은 학위를 받아 국내 첫 재활학 박사 부부로 기록됐다.

“남자와 여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평등해야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으로 편견 없이 살아왔다”는 민씨는 2008년 충북 충주 생활체육클럽에서 휠체어 장애인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이듬해 5월 결혼했다.

민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칠남매인데, 오빠들 중에 반대는 좀 있었지만 제 고집에 이내 허락받고 결혼했다.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10살 터울이고 휠체어 타는 남자와의 결혼이라 그런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욕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민씨는 “하지만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며 열심히 살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혼 이후 생업을 위해 커피 가게를 차려볼까 생각했지만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부부는 고민 끝에 좋아하는 공부를 함께 하기로 결심하고 천안으로 이사했다. 

2010년 남편은 재활학 박사, 민씨는 재활학 석사로 각각 대학원에 입학해 학업의 열정을 이어갔다.

부부가 같은 분야의 학문을 공부하다보니 대화와 소통이 잘됐다. 연구주제부터 사업아이디어까지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학술대회에서 토론주제로 나올 법한 대화들도 수시로 오갔다.

민씨는 “남편과 같은 방향을 보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힘이 됐다”며 “이젠 함께 연구하는 동역자로 한길을 걷게 돼 행복하다. 앞일이 더 기대 된다”고 말했다.

남편 박씨는 “제가 지체 1급 척수장애인이라 공부하기 쉽지 않았다. 재활복지·보건 특성화 대학인 나사렛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장애인들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다.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박씨는 “언제나 친절한 미소로 함께해 준 맘씨 고운 아내가 고마울 뿐이다. 나보다도 더 힘든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앞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해 장애인의 재활과 체육, 여행과 여가, 인권 등 이들이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임승안 나사렛대 총장은 학위수여식 인사말에서 “민솔희·박종균 박사 부부가 다정스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며 “이들 부부의 앞길을 축복한다. 훌륭한 리더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