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57. 재소환된 이재용, 이르면 15일 영장 재청구 결정

입력 2017-02-13 11:18 수정 2017-02-13 16:0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특검팀 사무실로 재소환됐다. 굳은 표정이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 재소환됐습니다. 지난달 12일 처음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32일 만에,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25일 만에 다시 소환된 것입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된 이후 거물급 피의자의 재소환이라 특검팀으로서도 중요한 고비를 맞았습니다. 약 3주간의 보강조사를 거쳐 새로 포착된 의혹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르면 15일 재청구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결과에 따라 특검팀이 수사 동력을 새롭게 얻을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될지 판가름 나게 됐습니다. 이제 특검팀 수사는 종반전입니다. 1차 수사기간 만료(28일) 시점으로 볼 때 오늘로 벌써 D-15일입니다. 공식 수사 55일째(2월 13일 월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특검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용 한 달만의 재출석=이 부회장은 오전 9시25분쯤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뇌물공여의 피의자 신분입니다. 거물급 피의자의 재소환이라 이 부회장이 도착하는 특검팀 건물 주차장에는 취재진 200여명과 삼성 측 관계자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건물 밖에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 부회장의 구속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죠. 이 부회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습니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에게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하겠다”고 심경을 짧게 말한 뒤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 청탁한 사실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새롭게 제기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의혹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겁니다.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해야 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1000만주 처분으로 결정했다가 500만주 처분으로 낮춰줍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거래’를 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는지, 이를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를 우회 지원했는지가 수사의 초점입니다. 특검팀은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분석한 결과, 관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어떠한 특혜를 받은 것도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조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부회장에 이어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 회장)과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대한승마협회 부회장)도 오전 10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각각 소환해 조사 중입니다. 특검팀은 전날에는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습니다. 공정위에 청와대 의견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죠. 앞서 10일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같은 날 김종중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사징)도 재소환 조사했죠.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1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그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이다. 뉴시스

# “청와대 압색 허용” 신청 사건 재판부 결정=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에 불복해 지난 10일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에 배당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늘 오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빠른 시일 내에 심문기일을 잡고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검팀 수사 기한이 이달 말까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주목됩니다.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가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의료 농단 핵심들 줄줄이 소환… 최경희 영장 재청구=특검팀은 ‘의료 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들을 어제 오후 2시 전후로 줄줄이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비선 진료’ 의혹의 핵심인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정유라씨의 출산을 도와주러 제주도까지 갔던 이임순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대통령 자문의 출신인 정기양 연세대 의대 피부과 교수 등 4명을 부른 것입니다. 김상만씨는 피의자 신분, 나머지는 참고인 신분입니다. 김상만씨는 차움의원 근무 시절인 2011∼2014년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박 대통령에게 주사제를 처방한 의혹 등을 사고 있습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오후 업무방해 및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됐습니다. 특검팀 수사에 있어 영장 재청구는 처음입니다. 구속 여부는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 이후에 결정됩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