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영장 재청구 여부 결정
뇌물공여 추가로 드러날지 주목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에서 특검팀이 추가 조사를 통해 새로운 뇌물공여 혐의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는 것은 지난달 19일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후 처음이다. 특검팀은 영장 기각 이후 이 부회장의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보강수사를 벌였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13일 오전 9시30분 이 부회장을, 오전 10시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를 각각 재소환해 뇌물공여 혐의를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 부회장의 경우 지난 번(지난달 19일) 영장이 기각된 이후 추가로 약 3주간에 걸쳐 조사를 했다”며 “그 사이에 이 부회장을 소환해서 확인을 해야 될 일이 있어서 소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와 관련해 “내일 소환해 추가 사항을 조사해본 이후 영장 재청구 여부는 그런 사정(조사 결과)을 고려해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특검의 수사 기한이 오는 28일까지인데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는 것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도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일 조사 이후에 판단해야 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이번 주 안에는 영장 재청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려면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선행돼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취재진은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는 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 번 구속영장 기각 이유 중 하나가 박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부분도 있는데,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 이 부회장을 조사한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검토가 가능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 대변인은 “이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때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지만 (특검팀이)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서 “그런 점을 고려해 추후에 적절하게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는 것은 1라운드 당시 쓴맛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검팀은 지난달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정부의 도움을 얻으려고 최씨 등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의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430억원을 지원했거나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제3자 뇌물공여,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 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특검팀의 뇌물 수사는 어느 정도 동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특검팀은 3주가량 보강수사를 벌여 이 부회장을 재소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검팀의 이 부회장 재소환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이 1라운드에서 쓴맛을 보았지만 2라운드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특검팀의 수사 예봉을 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쓸지도 주목을 끌고 있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