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한우 도매가 열흘새 15.3%↑… 물가폭등 위기 고조

입력 2017-02-12 09:32
지난 6일 오후 대전 서구 원정동의 축산농가에서 대전축협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시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창궐하면서 육류 가격이 치솟을 전망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타 품목보다 커서 이번 사태가 전체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5% 상승했다. 계란 가격이 무려 61.9% 오른 여파다.

AI가 잦아들면서 계란 가격은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또다른 악재인 구제역이 터지면서 물가 안정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구제역 경보단계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 조치로 인해 전국 우체류 가축 시장은 18일까지 폐쇄하고, 농장 간 생축 이동도 금지된다. 구제역 발생 농장 내의 우제류는 양성 확진 24시간 내에 설처분 또는 폐기가 진행된다.

도매 시장 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탔다. 심각 단계 조치 바로 다음날인 10일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한우 경매가(전체 평균)는 1㎏당 1만7039원으로 열흘 사이 15.3% 뛰었다.

물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육류 가격 상승으로 전체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 작성 시 조사 품목마다 다른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다. 품목별로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제역에 직격탄을 맞은 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물가 가중치가 농축산물 개별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산물보다 훨씬 가중치가 크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고, 가격 변동시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뜻이다.

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가중치는 각각 8.2와 9.1이다.

반면 AI 피해로 물가가 오른 달걀은 2.4, 닭고기는 1.6에 불과하다. 구제역 피해가 AI 피해보다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배추(1.2), 무(0.6) 등의 가중치도 한우나 돼지고기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돼지고기와 무 값이 똑 같이 100원 오를 경우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돼지고기가 15배나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농산물을 중심으로 크게 오르면서 4년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여기에 구제역 사태가 겹치면서 더 오를 우려도 생긴 셈이다.

구제역 피해가 장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거세 평균 출하월령은 31.2개월이다. 출하를 앞둔 한우가 구제역에 감염돼 살처분 될 경우, 30개월 이상의 공백이 발생한다.

결국 대규모 살처분이 발생하면 물량 부족이 최소 2~3년간 이어지고, 한우 가격은 장기간에 걸쳐 높은 수준을 보일 수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