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추위에도 타오른 촛불 vs '특검 해체' 맞불집회도

입력 2017-02-11 20:48
사진=구성찬 기자

정월대보름인 11일, 영하의 날씨에도 촛불은 타올랐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박 대통령 조기탄핵을 촉구하는 15차 주말 촛불집회가 11일 전국 7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오후 7시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참여인원은 70만명이다. 정유년 새해 들어 가장 많은 인파다.


한동안 크게 줄었던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2월 중 박 대통령 탄핵심판이 사실상 무산되자 또 다시 불어나는 추세다. 점점 더 커지는 보수단체 탄핵 반대 집회도 촛불민심을 다시 한 번 끌어모으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의 신속한 탄핵과 특검 연장에 방점을 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즉각 사퇴와 대기업 총수 구속 처벌도 촉구했다.



본 대회 전 사전행사에는 야권 정치인들이 나와 발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탄핵버스킹’ 행사를 진행했다. 이 시장은 “기득권이 나라를 함부로 흔들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게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단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권 교대가 아닌 그 이상 개혁정부를 만드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야권 인사들 참여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대권 주자가 광장에 나타났다. 본 집회 말미에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박 대통령 퇴진을 기원하며 퇴진이라고 쓴 라이트 벌룬을 공중에 띄워 소원을 비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행진 중 박 대통령 퇴진을 비는 소원지 태우기, 대동놀이 등도 선보였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박 대통령 퇴진을 기원하며 라이트 벌룬에 소원 빌기, 행진 중 소원지 태우기, 대동놀이 등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본 대회가 끝난 오후 7시30분부터는 약 2시간 동안 행진이 진행됐다. 1차 행진은 청와대 포위를 주제로 삼았다. 대열은 율곡로로 모인 다음 2차 행진 ‘헌법재판소 2월 탄핵 촉구’를 진행했다. 내자로터리와 동십자각 두 갈래로 나뉘어 헌재로 향한다. 경찰은 서울 집회 현장 주변으로 196개 중대 경력 1만5600명을 배치했다. 특히 기물 파손, 폭행 등 불법행위는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촛불 열기는 뜨거웠다. 강원 춘천의 경우 춘천시민연대가 주최한 집회에 200여 명이 참여했다. 집회는 오곡밥 나눔과 노래공연, 자유발언 등으로 진행됐으며 10대 청소년에서 70대에 이르는 노인들은 물론 수녀 등 종교인, 외국인들도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박 김진태 의원의 사퇴 촉구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박남기특검 실시, 언론장악 방지법 개정 등 박근혜 적폐청산 6대 현안 해결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혔다. 부산과 대구 광주 등에서도 집회가 진행됐다. 퇴진행동은 오는 18일 대규모 집회를, 25일에는 서울 집중집회를 열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 광장 주변에서는 맞불집회도 열리면서 탄핵과 관련해 기싸움이 벌어졌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특검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2차 탄핵무효 태극기 애국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그간 탄핵반대 단체가 ‘특검이 수사대상이 아닌 사안을 수사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했다’고 지적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하는데 연장하기는커녕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대변인인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은 무대에 올라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이 640만 달러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오늘 집회에 나온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특검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호스트바 남창 고영태가 저지를 사기사건”이라며 “남창게이트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2차 탄핵무효 태극기 애국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JTBC가 나를 고소한 고소장을 입수했는데 손석희 사장이 아니라 법인 이름으로 고소했다”며 “손씨가 무고죄를 피하려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탄기국은 다음 주 손 사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다. 집회에는 새누리당 조원진·윤상현 의원과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참석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저도 박근혜 대통령과 8년을 일했는데 가장 깨끗한 대통령이었다”며 “대통령을 탄핵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과 야당만의 검찰인 정치 특검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 비하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어둠의 자식들이고 밤이면 바퀴벌레처럼 나와서 굿판을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태양의 자식이다. 빛나는 햇빛 아래 태극기를 흔들며 기쁨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 누가 이기겠는가.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이미 이겼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촛불집회 참가자와 탄기국 간의 마찰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