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0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내면서 향후 소송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놓고 행정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수사기관이 형사법이 아닌 행정소송법으로 압수수색 여부와 관련해 법리다툼을 벌이는 것 역시 앞으로도 벌어지기 어려운 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10일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을 상대로 압수수색 불승인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일단 서울행정법원은 특검 측과 청와대 측 대리인이 참여하는 심문 기일을 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정당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청와대가 막고 있고, 달리 영장을 집행할 방법이 없다는 부분을 법원 측에 설명할 계획이다. 청와대 측은 보안상 이유로 압수수색은 불가하고,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 등을 할 전망이다.
일단 법조계에선 법리만 따져볼 땐 특검팀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행법을 고려할때 행정소송법은 개인의 권리 침해를 구제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일단 국가기관은 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많다. 물론 국가기관이 원고가 된 행정소송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앞서 2013년 대법원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적격을 인정했었다. 다만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권리 침해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원고적격을 상당히 예외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기관에 한 조치라도 일반 국민에 대한 처분과 동등하다고 할 정도로 권리와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 소송 자격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소송의 쟁점은 특검팀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로 권리의 침해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권리 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특검팀의 주장은 수사기관이 결국 원활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권한을 다투는 문제이지 권리 침해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한다고 행정법원 판단을 구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된다”며 “행정소송보단 형사소송법이나 특검법을 통해 해소가 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를 일반 고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특검팀에 국정농단 관련 수사를 해 달라고 고발을 한 고발인들이 있다”며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해 특검팀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고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가 일반 국민의 권리 침해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이 전례가 없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성격의 소송인 점을 고려하면 법원으로서도 여러 측면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입장에선 소송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챙길 수 있는 실익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압수수색을 강행할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를 압박하는 카드로 행정소송을 쓸 수 있다. 공개 법정으로 청와대 측을 불러내면 압수수색과 관련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면조사를 둘러싸고 특검팀과 청와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갈 수도 있다. 현재 양측 간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압수수색과 관련한 논의도 요원한 상황이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대화 등 의견을 나눌 수밖에 없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제3기관인 법원에서 압수수색과 관려해 청와대 측과 적절한 조정을 해줄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