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진료’ 의혹의 핵심인 김영재 박채윤 부부가 오늘 동시에 소환됐습니다. 이례적입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 부부는 현 정권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습니다. 의료비리와 관련해 두 사람의 공모 관계가 의심되기 때문에 함께 부른 것 같습니다. 부부 사이에 대질신문도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공식 수사 52일째(2월 10일 금요일)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 이례적인 부부 동시 소환=우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오전 10시쯤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습니다. 김영재 원장도 의료법 위반(진료기록부 허위작성) 혐의 등으로 오전에 나왔습니다. 김 원장은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달 17일 조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부부 동시 소환은 의료 농단 의혹 수사를 본격화한다는 의미입니다. 청와대에 은밀히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을 진료한 김 원장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들에 대한 조사상황을 브리핑했습니다. 취재진이 “김영재 부부는 일부 혐의에 대해 공모관계가 있는 건가”라고 묻자 “의심은 하고 있다.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김 원장 조사와 관련해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성과가 있는지를 물은 데 대해서는 “세월호 7시간은 특별히 현 단계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습니다. 세월호 7시간 부분은 별다른 진척이 없나 봅니다.
앞서 특검팀은 어제 ‘주사 아줌마’로 불린 백모(73)씨도 참고인으로 소환했습니다. 백씨는 청와대에 드나들며 불법 의료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백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 있는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의 당사자로 추정되는 인물이죠. 백씨는 이날 오후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할 때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완전히 가려 취재진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변호사인 듯한 남성을 대동하고 나타났죠. 누군지 몰랐지만 뭔가 이상해 취재진에 사진만 찍혔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주사 아줌마’였습니다.
# 우병우 곧 소환… 최경희 영장 재청구?=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다음주에 소환됩니다. 이규철 대변인이 소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우 전 수석의 경우 직권남용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수사 진행상황이라 그때 가서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입시·학사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최 전 총장에 대해서는 오늘 영장 재청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내일 정도까지는 결정이 날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오늘 밤 영장이 재청구되면 특검팀 수사에서는 첫 사례가 됩니다.
# 금융위 전·현직 고위 간부 수사=금융위원회 전·현직 부위원장 두 사람이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정은보 부위원장(재직 2016년 1월∼현재)이 8일 특검팀에 출석했고, 이에 앞서 정찬우 전 부위원장(재직 2013년 3월∼2016년 1월·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정 부위원장은 삼성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특혜를 준 의혹, 정 전 부위원장은 최순실씨 모녀의 독일 정착에 도움을 줬다는 KEB하나은행 이상화 글로벌영업2본부장(당시 독일법인장)의 특혜 승진 인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