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압수수색 및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되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강공책을 구사하고 나섰습니다. 정공법을 택해 소송전을 벌이기로 한 것입니다. 우선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허용해달라는 신청서를 오늘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시켰습니다. 지난 3일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이 위법하기 때문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집행정지 신청서입니다. 아울러 불승인 처분 취소를 위한 본안 소송도 함께 냈습니다. 다른 현실적인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 제3의 기관인 법원에 법률적 판단을 구하는 고육지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게 됐습니다. 공식 수사 52일째(2월 10일 금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 “소송 카드로 돌파구 연다”=특검팀의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소송 카드’를 뽑아들었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된 지난 3일 “심각하게 검토했으나 법리적인 걸 떠나 맹점이 있어서 힘들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던 바로 그 소송 카드입니다. 당시 특검팀은 소송 대신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었죠. 그런데 황 권한대행으로부터 답신이 오지 않자 추가적인 법리 검토를 거쳐 입장을 바꾼 모양입니다.
이 대변인의 공식 발표를 들어보죠. “특검은 오늘 서울행정법원에 대통령 비서실장 및 경호실장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불승인 처분에 관해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집행정지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특검이 처분 취소 청구와 집행정지 신청을 한 이유는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형사소송법 제110조 단서 및 111조 단서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금지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판단을 받아보기 위함입니다. 특검이 제기한 처분 취소 청구와 집행정지 신청은 전례 없는 것이나 상당 기간 신중히 검토한 결과 국가기관인 특검이 행정법상 항고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고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불승인 행위는 행정법상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일문일답= Q. 지난번 법리검토를 다 마쳤다고 했을 때에는 소송으로는 압수수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입장 바뀌게 된 경위는?
A. 지난번 저희들이 사실상 가처분 형태로 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말씀을 드린 것은 맞다. 실제적으로 어렵다는 견해가 있었으나 추가로 더 논의해보니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에 견해가 일치해 신청하게 됐다.
Q. 행정소송 자체는 피고가 국가기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A. 조금 어색해보이긴 하지만 검토 결과 국가기관이 원고가 된 판례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특검이 되고 피고는 대통령 비서실장·경호실장이 된다. 이 부분도 법적 문제가 없다.
Q.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바로 압수수색을 실시할 것인지. 또 법원에서 집행정지를 각하하면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되나.
A.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결국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형소법 단서에 기해 불승인한 부분이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압수수색을 나갔을 경우 금지하거나 거부하게 되면 공무집행방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다른 데와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상 기밀이라든지 공무상 기밀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자 입회 하에 합리적으로 압수수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일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에는 아무리 연구해 봐도 다른 방법이 없다. 현행법상으로는 불승인 처분을 다툴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영장 집행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
Q.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이때까지 판단해줬으면 좋겠다는 기한이 있나.
A. 최근 촛불집회 관련 가처분 신청의 경우 바로바로 나오는 사례에 비춰봤을 때 특검에서는 다음주 정도에 심문기일 잡혀서 결론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제3의 기관인 법원에서 영장 집행에 대해 적절한 중재나 조정도 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 점도 고려해 집행정지 신청을 하게 됐다.
Q. 청와대 압수수색이 안되면 시민사회에선 강제집행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A. 강제집행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 그건 강제로 행사하는 건데 아시다시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다. 고려하고 있지 않다.
Q.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돼도 청와대 측에서 재항고 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사기간 만료인) 28일 안에 된다고 보는지.
A.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그 부분은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대처하겠다.
Q. 권한대행이 수사기간이 아직 20여일 정도 남아 있어 지금 단계에선 연장을 검토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오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내부적으로 언제쯤 검토해서 (연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인지.
A. 연장 승인 신청은 수사기간 만료 3일 전에 하도록 돼 있다. 그 전에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승인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Q. 수사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치권은 그에 대한 공식 요청이 없어서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고 하는데.
A. 지난번 특검법 수사 대상과 남은 수사기간, 그리고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정도를 고려하면 수사기간 연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다. 기본적인 태도는 변함이 없다. 정치권에서 특검법 개정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게 오면 저희들의 의견을 적절히 표명하는 방법으로 할 예정이다.
Q.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이후 변호인과 지금까지도 연락이 안 되나.
A. 어제 이후 대통령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어떤 답변이나 요청이 들어온 사실은 없다.
Q. 그럼 대통령 측이 연락을 하기 전까지는 특검도 먼저 연락할 생각은 없는 건지.
A. 현재 대면조사 관련해선 상호간 의견이 나온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 먼저 연락할지 여부는 그때 가서 판단하도록 할 것이다.
Q. 대통령 기소중지 처분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맞는지.
A.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수사 원칙상 수사가 마무리될 경우 어떤 사정에 의해 소추하지 못할 사정 있으면 기소중지하도록 돼 있다. 일반적 원칙에 따른 것으로 대통령이라고 다를 게 없다.
# 공은 법원으로=특검팀의 소송 제기로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까요. 법원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놓고 법원이 그 집행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됐습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서울중앙지법에서 했고, 이번 판단은 서울행정법원에서 하는 게 다르지만 말입니다. 물론 법리적 차원의 다툼은 완전히 다릅니다. 이런 소송도 사상 처음입니다.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