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it수다]또 라면? 남편 점심값이 부담스러운 사모

입력 2017-02-10 17:33 수정 2017-02-10 17:59

지난 8일 휴대전화 속 사모들의 단체채팅 방이 떠들썩해졌다. 국민일보를 통해 ‘국내 목회자의 월평균 수입이 202만1000원으로 집계됐다’는 조사결과가 보도됐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정부가 제시한 2017년 4인 가구의 법적 최저생계비인 268만428원의 4분의 3수준(75.4%)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조차 상당수 목회자들은 벌지 못한 채 궁핍한 삶을 감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어찌 살아야 할까’라는 기사의 제목에 반해버린 사모들의 채팅방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202만원의 사례비라도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의견부터 “매일 새벽 출근에 수요일 금요일은 야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것에 비해 너무 적다”는 하소연도 줄을 이었다.

전체 수입 뿐 아니라 지출 항목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목회자의 지출 항목에는 식비(57.6%)가 가장 많았고, 교통·통신비와 교육비, 주거비 등이 뒤를 이었는데 이 같은 결과에 사모들은 ‘목회자들이 왜 식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는가’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교회 형편에 따라 목회자들에게 식비를 제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교회는 목회자들에게 식비는 물론 도서비, 주유비에 자녀의 학비까지 지원하는가 하면 또 다른 교회는 여성 집사님들을 식당직원으로 고용해 교회 직원들과 교역자들의 식사 편의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일부 교회의 상황일 뿐 대부분의 교회는 목회자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한 끼에 대략 7000원 이상 하는 식사비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예배가 있는 수요일과 금요일의 경우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사먹어야 하니 지출은 당연히 늘어난다.

그래서 일부 목회자들은 매월 일정금액을 모아 반찬과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요리해 먹는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허다하다. 동료 목회자들이 라면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인근 식당에 가서 밥을 먹기도 어렵다.

목회자의 빠듯한 주머니 사정을 뻔히 아는 사모들은 남편의 반찬을 챙겨줘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직장 다니는 사모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A사모는 “바빠서 반찬을 못 챙겨 줄때면 괜히 다른 사모들과 목회자들에게 미안해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어쩌다 쉬는 날, 찌개와 밑반찬을 만들어서 남편과 목회자들의 식사를 직접 챙겨줬는데 다른 사모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듯해서 이마저도 그만뒀다”는 얘기도 했다.

목회자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더 힘든 형편인 교육전도사들의 식사까지 사비로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넉넉지 않은 목회자들의 지갑은 주말이 되면 아예 텅텅 빈다.

팍팍한 살림에 일부 목회자들은 새벽에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리운전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경력이 단절된 사모들이 다시 생업의 전선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경제적인 현실 앞에 닥친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을 이겨낸 선배 사모들은 “힘든 순간 하나님이 먹여 주시는 만나가 가장 맛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고백은 사역자의 길을 가는 후배 사모들에게 큰 간증이 된다.

하지만 오늘도 일부 목회자들은 ‘어떻게 식사를 해결할까’ 고민 끝에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를 계기로 많은 이들이 ‘우리 교회의 목회자들은 어떻게 식비를 감당하고 있을까’에 대해 한번쯤 관심을 갖고 돌아봤으면 좋겠다. imhere@kmib.co.kr

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