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박 대통령 대면조사 두고 ‘방어에서 공세로’ 태세 전환

입력 2017-02-10 16:01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박근혜 대통령 측이 대면조사 일정 조율을 위한 접촉을 하지 않은 것으로 10일 전해지면서 양측 간 대치가 장기화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 성사를 위해 청와대와 저자세 협상을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특검 내부에서도 뚜렷한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특검은 최근 박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조율을 위해 청와대와 접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 무기력하게 끌러가는 모습을 보였다. 우선 대면조사 장소로 특검은 청와대 외부의 제 3의 장소를 선호했지만, 청와대가 경내를 고집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또 박 대통령 대면조사 언론공개 여부도 비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한 청와대의 뜻대로 협상이 진행됐다. 특검이 대면조사 성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세부조건은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이다.

 그러나 대면조사 합의 사실이 언론에 미리 공개되고, 박 대통령 측이 정보제공자로 특검을 지목하면서 9일로 예정됐던 대면조사를 무산시키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특검 내부에서 ‘더 이상 청와대를 배려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정면대응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던 것이다. 특검은 대면조사 일정 재조율을 위해 청와대에 먼저 연락하지 않는 등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존 양보했던 비공개 조사 수용 조건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에는 대면조사 일정을 재협의하는 과정에서는 비공개 원칙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면서까지 대면조사 성사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는 초강경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면조사 무산에 따른 타격은 특검보다 박 대통령이 훨씬 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일종에 묵비권 행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특검 조사를 받은 국정농단 당사자들이 박 대통령의 개입 정황을 일관되게 증언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검찰에 이어 특검 대면조사도 거부하는 모습은 오히려 추후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스스로 반론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검은 대면조사 무산을 수사기간 연장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이후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검 수사기간이 3월말까지 연장된 상태에서 3월초쯤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은 일반인 신분으로 특검의 구속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