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장은 5년 전 중국인 아내가 가출을 한데 이어 지난해 아들을 돌봐주던 노모마저 숨지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0시20분쯤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유모(53)씨의 집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나기 3분전 유씨는 119상황실에는 전화를 걸어 “집에 가스를 틀어놨고 곧 불을 내겠다”고 말했다.
119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했을 때에는 이미 화마가 집을 삼킨 뒤였다. 집 안 다용도실에서는 유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아들(8)은 방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호흡과 맥박은 돌아왔으나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듣고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던 유씨의 아들은 지적장애 2급으로 특수학교에 다녔다.
불은 1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만에 진화됐다.
숨진 유씨는 수년전 중국인 아내와 가정을 꾸려 단독주택을 짓고 노모, 아내, 아들과 함께 살았다.
그러나 불행은 5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가면서 시작됐다. 유씨는 아내가 가출한 뒤 자신이 다니던 회사마저도 그만두고 토지보상금으로 생계를 이어 왔다.
지난해에는 아들을 돌봐주던 노모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도 멀리하는 등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부인이 가출한데 이어 노모가 숨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씨가 신변을 비관해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