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한 원주 동부의 로드 벤슨 탓에 재차 거론되는 추억의 외국인 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재키 존스다. 이유는 벤슨이 역대 최다경기 연속 더블더블(22경기) 기록을 보유한 존스를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존스는 1998년 프로농구(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11순위로 대전 현대에 입단했다. 당시 프로필상 210㎝의 큰 키를 가지고 있었으며, 내외곽 공수에 두루 능했다. 특히 득점력 좋은 동료들 사이에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등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로 전력에 기여했다.
이는 기록이 증명한다. KBL에서 통산 4시즌을 보냈는데, 17.57점 13.2리바운드 3.5어시스트 1.7스틸 2.6블록슛으로 전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3점슛도 4시즌 평균 1.8개를 기록했다. ‘2옵션’ 용병으론 최고였다.
존스는 4시즌 동안 모두 플레이오프 무대를 경험했다. 그 중 두 차례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맛봤다. 1998-1999시즌에는 조니 맥도웰, 이상민, 추승균, 조성원 등과 함께 현대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이듬해에는 당시 청주 SK에 새 둥지를 틀고, 서장훈과 조상현, 로데릭 하니발 등과 함께 또 한 번 챔프전 반지를 꼈다.
그는 SK에서 2시즌 동안 활약했다. 2000-2001시즌에는 역대 최다인 22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남겼다. 오늘날 그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는 이유다.
존스는 2001-2002시즌 전주 KCC 유니폼을 입고 KBL에서의 마지막 해를 보냈다. 하지만 KBL 커리어 마무리는 썩 좋지 않았다. 존스는 2001-2002시즌 종료 후 마약류인 해시시를 흡입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당시 존스는 소속팀과 계약이 만료돼 이미 한국을 떠난 상황이었다. 4년 동안 한국 무대에서 괜찮은 커리어를 쌓았으나 농구팬들에게는 뭔가 깔끔하지 않은 뒷맛을 남겼다.
존스는 팬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지만, 벤슨이 그 자리를 대신 메울 준비를 마쳤다. 벤슨은 9일 부산 kt전에서 15점 14리바운드로 ‘21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완성했다. 이는 2011-2012시즌 SK에서 뛰었던 알렉산더 존슨의 역대 최다 연승 더블더블 2위 타이기록이다.
동부는 오는 11일 고양체육관에서 고양 오리온과 경기를 갖는다. 벤슨도 출전이 유력하다. 벤슨은 이 경기에서 더블더블을 작성하면 존스의 역대 1위 기록을 넘어선다. 뿐만 아니라 동부산성의 중심을 잡고 있는 벤슨의 현재 페이스를 보면 신기록 달성도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제 벤슨이 16년 전 존스의 이름을 지울 차례가 왔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