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팀 조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관련이고, 또 하나는 ‘의료계의 최순실’인 박채윤씨 관련입니다. 최씨는 오늘 특검팀에 자진출석을 했고, 박씨는 어제 소환조사를 받았습니다. 무슨 내용일까요. 공식 수사 51일째(2월 9일 목요일)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 최순실, 묵비권 행사하면서도 추궁 내용에는 귀 쫑긋=최씨는 그간 소환에 불응하다 오늘 오전 10시 특검팀 사무실에 자진출석했습니다. 최씨 태도가 돌연 바뀐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교감설이 나왔죠.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죄 부분과 관련해 최씨 본인이 먼저 조사를 받고 ‘예상 질문지’를 박 대통령에게 넘기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추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맞는 모양입니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오늘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이 “최순실 조사 태도에 대해 묻고 싶다. 묵비권을 행사한다고 하는데 어떤 질문에도 응하지 않는 것인지, 어쩌다 한 번은 건성으로라도 응하는 건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최순실 경우는 오늘 자진출석한다고 해서 특검에서도 기대했다. 근데 (브리핑) 들어오기 전에 확인해본 결과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좌중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Q. 최순실 조사 내용은.
A. 뇌물수수 부분을 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안다.
Q. 최순실이 묵비권 행사하면서 질문에 관심 많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판단한 것인지. 어떤 행동을 보이기라도 했나.
A. 특별한 행동보다도 변호인 입회해서 같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 최순실 따라하기의 주인공 박채윤, “잘못 인정”=박씨는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김영재 원장의 부인입니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지난 4일 새벽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3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민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마스크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구속 직후인 4일 오후 소환됐을 때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병원에서는 ‘정상’ 판정), 다음날인 5일 오후 재소환됐을 때는 “특검이 자백을 강요한다”고 주장했었죠. 그간 최씨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죠.
하지만 어제 소환 때는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오후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은 질문했습니다. “박채윤 어제 소환 받았는데 지금까지 대부분 부인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안다. 지금 혹시 태도 변화 있는지”라고 물었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답했습니다. “박채윤의 경우 아시다시피 최초 조사를 받으러 올 때는 특검 수사에 대해서 자백 강요한다거나 그런 진술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근데 그 이후 출석해서는 자기가 발언한 부분에 대해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다. 현재 수사에 대해 성실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황당쇼’는 오래가지 못하나 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