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53. 박근혜 이어 고영태 조사 여부도 비공개라니

입력 2017-02-09 16:55 수정 2017-02-09 18:08
특검팀은 당초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 사전 비공개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 알권리 보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데 9일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씨 조사 여부도 확인을 거부했다. 왼쪽 사진은 고영태씨, 오른쪽 박 대통령. 뉴시스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공식 입장과 그간의 경과를 밝혔습니다. 박 대통령 변호인 측이 9일로 합의된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언론 보도를 핑계로 일방적으로 연기시킨 데 따른 것입니다. 이에 특검팀은 사전 접촉 과정에서 조사시점 비공개 등 대통령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는데 언론 노출을 이유로 대면조사를 거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상호간 논란이 될 여지는 가급적 없도록 해서 변호인 측과 다시 조율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인 대통령 조사 일정을 비공개로 한 데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특검팀이 변호인단의 무리한 요구를 너무 많이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특검법상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 명시돼 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특검팀은 오늘 또 전 더블루K 이사인 고영태씨에 대한 조사 여부도 함구했습니다. 고씨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측근이면서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한 인물입니다. 지금 특검팀에는 핵심적인 협력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사 여부는 피의사실이 아닌 수사과정에 관한 것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공식 수사 51일째(2월 9일 목요일)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이 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대변인이 손에 들고 있는 게 발표문이다. 뉴시스

# 조사 일정 비공개는 국민 알권리와 배치=특검법 제12조(사건의 대국민보고)에는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 각호의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국민 알권리’를 강조한 조항입니다. 그렇다면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중 핵심으로 이번 수사의 하이라이트인 박 대통령 조사 일정은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특검팀은 오늘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사건 핵심 관련자인 고영태씨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 고씨를 특검이 공식적으로 부른 적은 없지만 외부 혹은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수사 관련자료 협조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고 취재진이 물은 데 대해 이규철 대변인은 “고씨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왜 확인 불가 입장을 취할까요. 미스터리입니다.

이규철 대변인이 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대통령 대면조사 접촉 내용 소개=우선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한 이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들어보시죠. “상당기간 동안 대통령 변호인과 여러 차례 합의를 하는 등 사전 접촉을 했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현직 대통령인 점과 경호상의 문제 등을 고려해 시간, 장소 및 방법 등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대통령 측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특히 대면조사 비공개와 관련해 조사 일정 등은 특검법 제12조에 따라 공개할 수 있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아니하되 조사가 완료된 후 상호 동시에 조사시간·장소 등 수사 절차상 이뤄진 사항 등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특검은 이런 합의에 따라 합의된 내용을 언론에 사전에 공개하거나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없고, 특검 입장에서는 이를 공개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대통령 변호인은 2월 7일 특정 언론에서 일정 및 장소가 보도되자 2월 9일로 예정된 대면조사를 거부한다고 특검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현재 추후 일정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고,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특검의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

초반 해명이 좀 깁니다. 다음은 일문일답에서 발췌한 주요 내용입니다.
Q. 다시 조율 과정 들어가면 종전 합의 때처럼 다시 대통령 측 요구사항 수용? 아니면 배제?
A. 이번 대면조사 합의과정에서 드러났던 상호간 논란이 될 여지는 가급적 없도록 해 조율할 생각이다.

Q. 비공개로 안하겠다는 것도 검토하는 건지 궁금하다.
A. 비공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지만 상호간 논란 여지 있을 수 있는 부분은 가급적 피해서 조율할 생각이다.

Q. 변호인단은 특검보 중 한 명이 특정 언론에 정보 유출했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했는데.
A. 내부적으로 파악해본 결과 특검보 4명은 일체 이런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Q. 특검법 12조에 따라 대면조사 일정 자체는 당연히 언론과 국민에게 공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무리한 요구를 특검에서 왜 수용했는지?
A. 아, 특검법 12조에 따르면 수사 내용을 제외한 수사진행상황을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공개할수 있도록 하는 건 특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면조사 대상자가 현직 대통령으로서 최초의 조사인 점, 특검으로서는 제한된 수사기간 동안 반드시 대통령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경호상 안전을 고려해 조사가 끝난 사후에 공개하는 그 정도의 조건이라면 저희들이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장소가 청와대 경내로 아는데 대통령 안전과는 무관하다고 보인다. 청와대가 이에 집착하는 건 조사를 안 받겠다거나 연기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는 않는지?
A. 방금 질문하신, 의도 등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Q. 극한까지 가서 대통령이 아예 조사 거부할 경우에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나.
A.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시다시피 소추가 금지돼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강제수사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사실상 강제수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Q. 반복되는 질문이다. 비공개로 할 경우에 그 부분이 또다시 논란 반복될 수 있으니 아예 공개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건지?
A. 현재 추후 일정에 대해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전혀 없다.

Q. 대면조사 무산 이후 추가로 연락을 취한 게 있나.
A. 현재 대통령 측 변호인과는 일체 연락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Q. 대면조사도 그렇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진척이 없어 보이는데 향후 수사는?
A. 대면조사는 저희 일방적으로 혼자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를 하겠다. 압수수색과 관련해선 조만간 그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Q. 대면조사가 계속 미뤄지면 특검 수사기간 연장 사유의 하나가 될 수 있는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비공식적으로라도 연장 타진한 적 있는지?
A. 대면조사 여부가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황 권한대행께는 아직 의사를 전달한 적은 없다.

Q. 어제 청와대 관계자가 대면조사 일정 유출과 관련해 특검에 항의문 보냈는데 아직 답신이 안 왔다고 했다. 답신 결과를 보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는데.
A. 대통령 측으로부터 2월 9일 대면조사 거부 통보만 받았고 정식 항의 공문은 일체 받은 바 없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