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여전히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건강관리에도 비상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고혈압 합병증에 의한 사망이 여름철 보다 30% 가량 높다. 영하의 외부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올 때, 갑작스러운 기온변화가 심혈관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구안와사(口眼喎斜)’라고 불리는 안면신경마비다. 강추위로 근육이 긴장하고, 혈관이 수축하면 얼굴 부위의 혈액순환이 나빠져 발병할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는 수 시간, 혹은 수일 내에 얼굴의 이상 감각이나 비뚤어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약 60~70%는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약 열흘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마비가 상당 기간 지속되거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단아안동서한의원 성동점 고재철 원장은 “안면신경마비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불완전 마비 증상의 경우 95%가 회복될 수 있다”며 “10만 명당 15~40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이마, 눈, 입’으로 보는 자가진단법을 숙지하고, 초기에 빨리 치료를 받으면 후유증 없이 완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 원장은 최근 출간된 도서 ‘구안와사 구인구색(九人九色)’에 공저로 참여, 정의와 증상, 분류, 치료법 등 의학적 정보를 알기 쉽게 풀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안면신경마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법도 공개돼 실제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고 원장은 “안면신경마비 자가진단법은 크게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며 “이마와 눈, 입을 움직였을 때, 모양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눈썹을 올려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으면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 한쪽에만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반대쪽 이마와 비대칭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눈이 완전히 감기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눈을 꽉 감았을 때, 눈 둘레근이 마비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꽉 감기지 않고 속눈썹이 보일 수 있다. 중증일 때는 눈을 꽉 감으려 노력해도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아 안구가 노출되기도 한다.
마지막은 입 모양의 비대칭 정도로 판단할 수 있다. 입을 ‘이’하고 벌려본 후 얼굴의 중심선에서 좌우 양쪽이 대칭을 이루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하고 오므렸을 때는 입술 모양이 일그러지지 않는지,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았는지를 보면 된다. 이때, 약간 비대칭이거나, 한쪽 입꼬리가 아래로 처진다면 ‘경미한 구안와사’로 볼 수 있다.
고 원장은 “입을 오므렸는데 비대칭이 뚜렷하거나 움직임 자체가 힘들다면 중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예후를 위해서는 자가진단법으로 이상을 발견했을 때, 빨리 관련 한의원이나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한의학에서 바라본 안면신경마비, 구안와사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구안와사 구인구색’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