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국가와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법률대응 모임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로 인해 예술가들의 인격권, 사생활 비밀자유권은 물론 양심·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돼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날 원고 1인당 100만원씩 손해배상 하라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정부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법인 3곳도 포함됐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국가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원고로는 블랙리스트에 기재됐거나 기재됐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사업에 배제당한 문화·예술인 461명이 참여했다. 원고 461명은 피해 입증을 위해 3개 그룹으로 구분됐다. 1군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자기검열을 한 320여명, 2군은 기존에 받던 정부의 사업 또는 자금지원에서 탈락한 100여명, 3군은 실질적인 피해에 대한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 40여명이다.
다만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인이 1만여명으로 알려진 만큼 손해배상액도 1인당 100만원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향후 블랙리스트 기재 경위와 피해 실태가 분명히 드러나면 최대 100억원의 소송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변은 “블랙리스트 잣대로 문화·예술을 정복하고 복속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명징하게 밝힘과 동시에 피고들에 대해 형사상의 책임 뿐 아니라 민사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역사적 선례를 남기고자 한다”며 소 제기 배경을 전했다. 이어 “이번 소송 원고는 전체 피해자 중 일부이며 소송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전체 내역이 밝혀진다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추가로 손배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피해 유형과 정도에 따라 청구액도 확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변은 이번 손배소송과는 별개로 김 전 실장 등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서 개인 성명이나 직업 외에 정치적 견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했다는 이유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