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오늘 특별검사팀의 소환에 순순히 응했습니다. 그간 소환에 불응하며 난리를 쳤던 최씨의 태도가 왜 갑자기 바뀌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과의 교감설이 나옵니다. 최씨 본인이 뇌물죄 부분 등에 관한 조사를 먼저 받고 박 대통령에게 자신이 파악한 ‘예상 질문지’를 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청와대 측이 특검팀과 9일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합의했다가 언론 보도를 핑계로 파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죠. 대면조사를 최씨 다음에 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아주 교묘한 꼼수입니다. 공식 수사 51일째(2월 9일 목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 석연치 않은 최순실 자진출두=최씨는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그는 소환에 수차례 불응하다 2차례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구인된 바 있습니다. 강제구인되면서 ‘강압 수사’ ‘자백 강요’ 등을 주장했습니다. 지난 2일 두 번째 체포영장이 집행돼 재소환됐을 때는 묵비권 행사를 통한 묵묵부답 모드였습니다. 그렇게 비협조적이었던 그가 일주일 만에 돌연 소환에 응했습니다. ‘왜’라는 질문이 나올 법 합니다. 박 대통령과의 교감 아래 고도의 전략을 세우고 특검팀 조사 내용을 탐색하러 나왔다는 추정을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예비 조서’를 보기 위해서죠.
호송차에서 내린 최씨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특검의 조사에 응한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특검팀은 뇌물죄 등 모든 혐의에 관해 조사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씨를 상대로 ‘최순실-박근혜-삼성그룹’의 고리로 이어지는 뇌물죄를 조사하는 건 처음입니다. 최씨 입장에선 박 대통령 ‘예비 조서’의 질문 항목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간 특검팀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었으나 이번에는 ‘진술 협조’ 등의 교묘한 술책을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진도가 많이 나갈 수 있으니까요.
# 서창석 최경희 재소환… 전 공정위 부위원장도 조사=박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오늘 오전 10시쯤 재소환됐습니다. 서 원장은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의 김영재 원장 부부에게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서 원장은 취재진 질문에 “들어가서 말하겠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입시·학사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도 오후 2시 소환을 통보받았습니다. 최 전 총장은 오후 1시45분쯤 특검팀 사무실에 나왔습니다. 최 전 총장에 대해서는 지난달 22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같은 달 25일 법원에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된 바 있습니다. 영장 기각 이후 첫 특검 출석입니다. 최 전 총장은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없이 조사실로 올라갔습니다. 특검팀은 이번 보강조사를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합니다.
전날에는 삼성그룹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조사했습니다. 자진 출석입니다. 앞서 김 전 부위원장 자택은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와 관련, 공정위가 삼성SDI의 삼성물산 처분 주식 수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시켜준 게 특혜가 아니었는지, 그 과정에서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 등이 수사의 초점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