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51. “朴대면조사 말 못할 사정 있다”… 비밀협상?

입력 2017-02-08 16:01 수정 2017-02-08 17:02
박영수 특별검사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손을 내젓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해 일체 함구했다. 왼쪽 사진은 박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놓고 특별검사팀과 청와대가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당초 대면조사를 9일에 하되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던 모양입니다. 한데 어제 밤 일부 방송이 ‘대면조사를 9일 청와대 위민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 측이 격앙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조사시점을 언론에 흘린 특검의 언론플레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특검팀은 그런 적이 결코 없다며 오히려 청와대 측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 측은 이를 빌미삼아 대면조사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도 청와대 측이 꼬투리를 잡은 만큼 기존 입장을 번복해 대면조사를 무산시킬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양측이 조사시점 등을 둘러싸고 재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 합의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어쨌거나 특검팀 수사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불투명해졌습니다. 물 건너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특검팀은 공식 브리핑에서 대면조사와 관련해 아예 함구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뭔가 비밀협상이 진행 중인 모양이죠. 공식 수사 50일째(2월 8일 수요일)의 이야기입니다.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도 입을 꼭 다물었다. 뉴시스

# “대통령 대면조사 확인 불가”=특검팀의 이규철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현 단계에서 일체 확인해드릴 사항이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는데도 아예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비공개 입장에 대한 의문을 거듭 표시했지만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습니다. 일문일답을 보시죠.

Q. 대면조사 시점과 장소랑 이런 게 합의된 상황이었는지.
A. 기본적인 방침은 같고, 방금 질문도 대답해드릴 사항이 없다.

Q. 청와대 측이 대면조사 비공개를 요청한 걸 특검이 사실상 수용하면서 일정 장소 방식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들 소환은 공개되고 있는데 대면조사를 비공개한다면 대통령에 대해서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닌지.
A. 공개 비공개 부분도 일체 여기서 말씀해 드릴 사항이 없다. 저희들이 여러분께 말씀드릴 내용이 있을 시점에 말씀드리도록 하고, 대면조사 관련해선 추가로 질문하셔도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Q. 특검법에도 피의사실 아닌 진행사항은 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어떤 것도 말씀해주실 수 없다고 하는 게 국민 입장에서 의문스럽다.
A.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말씀 못드릴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추후 정리되는 대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Q. 대면조사 성사된다면 피의자 조서 받을지, 참고인 조서 받을지 결정됐나. 청와대가 완강하게 나오는데 대면조사 무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나.
A. 대면조사 이뤄질 경우 신분이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는 조사가 끝난 후에 말씀드리겠다. 대면조사 무산 가능성은 현재로선 저희들이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

Q. 대면조사 일정에 대한 보도가 나온 뒤 청와대에서 대면조사 자체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었나.
A. 청와대 입장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Q. 일정을 아직 조율 중이라고 이해해도 되나.
A. 아까 대면조사와 관련해선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Q. 안전에 위해되는 게 없는데 대면조사 일정 자체를 비공개로 하는 게 납득이 안 된다. 청와대 요구가 과하다는 생각 안 드나.
A. 다음에 정리해서 말씀드릴 때 부당성 포함해 모두 말씀드리겠다.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0차 공판에 출석한 최순실씨. 뉴시스

# 최순실 내일 출석의사… 우병우는 다음주 소환 여부 결정=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순실씨에게는 9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지했습니다. 그간 소환을 거부해오던 최씨가 마음을 바꿔 출석 의사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세 번째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할 필요는 없어졌군요. 최씨가 좀 지쳤나 봅니다.

최씨는 내일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체포영장에 의한 강제구인 시에는 영장에 기재된 해당 혐의만 조사할 수 있지만 그냥 소환할 때는 뇌물죄 부분 등 모든 혐의를 조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규철 대변인도 “구속피의자로 소환할 때는 어떤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명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혐의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 소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이 대변인은 “수사기간 종료 시점을 고려할 때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는 소환 여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유라에게 성적 특혜를 준 혐의로 구속된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지난 6일 소환되는 모습. 특검팀은 그를 8일 재판에 넘겼다. 뉴시스

# 블랙리스트 이어 이대 수사도 마무리=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수감된 이인성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가 오늘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피고인은 최순실씨,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과 공모해 2016년 1학기와 계절학기 등 3과목 강의에 정유라가 출석하지 않고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출석하고 과제물을 작성·제출한 것처럼 부정하게 학점을 부여해 이대 교무처장의 학적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대 수사와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 4명(류철균 남궁곤 김경숙 이인성)이 모두 재판에 넘겨진 것입니다.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만 남겨두고 이대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이 대변인은 “이번 주중에 영장 재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특검팀은 전날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일부 범죄사실의 공범으로 적시했습니다. 특검팀은 또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습니다. 이들에게는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김기춘 조윤선), 문체부 실장급 3명 찍어내기 인사 강요 혐의(김기춘), 노태강 전 체육국장 사직 강요 혐의(김상률)도 추가됐습니다. 이로써 이미 구속기소된 피의자(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를 포함해 블랙리스트로 재판에 회부된 자는 모두 7명이 됐습니다.

특검팀은 보수단체 관제시위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벌인 뒤 기소 여부 및 검찰 이첩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관제시위 의혹의 뒤에는 청와대가 있습니다. KEB하나은행 이상화 본부장의 승진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산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대해선 필요할 경우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1월 독일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이 본부장은 최순실씨의 독일 정착을 도운 대가로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지점장으로 발령된 데 이어 2월에 임원급인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한 바 있습니다. 이 승진 인사를 위해 최순실→박근혜→안종범→정찬우→하나금융그룹의 순서로 지시와 압력이 가해졌다는 의혹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