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1년차 배우 윤여정이 자신만의 연기 철학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윤여정은 지난 6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CGV 시네마클래스' 6기 연기론 강의에서 “연출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사람”이라며 “그를 존중해 함께 작업하기로 했다면 (나는) 무조건 감독의 의견을 따른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본인 연기 인생의 시작점을 되짚었다. “지인의 소개로 응시한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는 그는 “하지만 연수 기간 동안 인사를 잘 하지 않아서 떨어졌다. 배우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라”고 농담 섞인 조언을 했다.
처음에는 연기가 그리 절실하지 않았단다. 이혼을 계기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윤여정은 “이혼을 하고나서 연기가 절실해졌다.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평소 ‘생계형 배우’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그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연기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연기 외에는 즐거움을 못 느낀다. 생각해보니 윤여정이라는 이름은 일을 열심히 해서 얻은 것이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내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얘기했다.
김기영 감독의 ‘충녀’부터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 창 감독의 ‘계춘할망’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한 그다. 맡은 역할만 해도 호스티스, 복국집 주인, 여배우, 치매 할머니까지 다양하다.
“메소드 연기는 잘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윤여정은 “늘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캐릭터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연기는 하면 할수록 때가 묻더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한다”고 덧붙였다.
워쇼스키 감독과 함께한 미드 ‘센스8-시즌2’ 작업에 대해서는 “어떤 때는 돈을, 어떤 때는 작품을, 또 어떤 때는 사람을 따져야 할 때가 있다. 내 나이에는 보통 사람을 많이 따진다. 돈은 적게 받았지만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임했다”고 했다.
윤여정의 아낌없는 조언에 강연 수강생들은 저마다 만족감을 표했다. 어떤 이는 “배우 윤여정의 관록과 사람 윤여정의 솔직함이 묻어나 무척 인상적이고 유쾌했다”며 감사해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