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추위를 깨고 튀어나온 작은 개구리 같았으면, 그렇게 산뜻한 느낌이었으면, 그런 봄이었으면.”
배우 정만식은 영화 ‘그래, 가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 비유가 어찌나 적절하던지. 유난히 길고 추웠던 이 겨울의 끝을 장식할 따스한 봄날 같은 영화가 왔다.
7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그래, 가족’은 경제적인 이유로 서로 소원하게 지내던 삼남매(정만식 이요원 이솜)에게 어느 날 존재조차 모르던 막내 동생(정준원)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막내 낙이는 이름처럼 낙천적이다. 까칠하게 밀어내는 형 누나들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킨다. “네가 오고 나서부터 모든 게 꼬였다”는 말에 상처 입은 마음은 홀로 삭힌다. 고아원에 보내자는 세 남매의 대화를 엿듣고도 남몰래 눈물 흘릴 뿐이다.
낙이의 소원은 고작 다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는 것. 그 작은 마음은 남매 사이를 가로막았던 싸늘한 벽을 녹여낸다. 서로에게 모진 말만 내뱉던 세 남매와 낙이는 서서히 한 가족이 되어간다. 대수롭지 않았던 낙이의 바람은 결국 뭉클한 결말을 맺는다.
기본적인 설정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얼핏 차태현·박보영이 부녀 호흡을 맞춘 ‘과속스캔들’(2008)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하고자했던 이야기를 뚝심 있게 마무리해낸다. 신파보다는 담백함을 택했다. 적당한 웃음과 감동을 버무려 누구나 공감만한 감정을 건드린다.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마대윤 감독은 “휴먼 코미디를 지향하는 가족영화라는 점에서 뻔할 것이란 선입견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본질적인 것 외에는 올드하고 뻔한 부분을 최대한 배제했다. 일단 캐릭터 변화를 꾀했고, 신파로 빠질 수 있는 후반부에서 오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극의 중심인 막내 낙이를 훌륭히 소화해낸 아역배우 정준원에 대한 칭찬도 빠지지 않았다. 마대윤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낙이가 8세 정도의 설정이었는데 ‘오빠생각’(2016)을 보고 준원이가 적역이라는 생각에 11세로 바꾸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장남 성호의 정만식도 “그 나이 대 친구가 그렇게 연기하기 쉽지 않다”며 “준원이가 최선을 다해준 것 같다”고 대견해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는 정준원은 “형님과 누나들이 많이 아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며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바꿀 정도로 저를 위해 노력해주신 것에 비해 저는 부족하게 (연기)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래, 가족’은 이요원이 ‘전설의 주먹’(2013)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이요원은 “원래 따뜻한 가족영화를 좋아하는데다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여서 시나리오를 받고 굉장히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모이면 어떨까하는 기대도 있어 즐겁게 촬영했다”며 “우리 영화는 막둥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정준원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했는데 너무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마대윤 감독은 “대단한 메시지와 대단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아니다”라면서 “가족애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지금 같은 시기에 더욱 힐링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