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국립국악원장 “검열 논란 관련 예술가들에게 미안하다 ”

입력 2017-02-07 13:33 수정 2017-02-07 15:02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이 7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검열 논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에서 앙상블시나위 공연이 취소된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이었습니다. 다만 국립국악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만큼 (검열 관련 방침을)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해숙(63) 국립국악원장이 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15년 10월 국립국악원의 검열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사실상 산하기관에 대한 문체부의 검열 압력과 그에 따른 블랙리스트 집행을 인정한 김 원장은 “예술가들에게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우리 문화예술계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원 검열 사태는 당시 용호성 기획단장(현 주영 한국문화원장)이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이 참여할 예정이었던 앙상블 시나위의 ‘소월산천’ 공연을 2주 앞두고 극장 시설이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삼으면서 비롯됐다. 박근형은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 때문에 현 정부에서 미운 털이 박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심사에서 배제된 바 있다. 앙상블 시나위는 박근형을 제외하라는 용 단장의 요구를 거절했고, ‘소월산천’ 공연은 결국 취소됐다. 이후 안무가 정영두를 비롯해 젊은 예술가들의 1인시위 등 항의가 이어졌고, ‘소월산천’을 기획했던 국립국악원 금요공감의 김서령 예술감독 역시 사퇴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악 잡지 ‘라라’는 김 원장을 용 단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부역자로 꼽아 국악계의 논쟁을 유발시킨 바 있다.

 김 원장은 “당시 나는 KBS국악관현악단과 함께 미국 공연이 있었기 때문에 앙상블 시나위 문제를 나중에 알게 됐다. 다만 공연 취소는 결과적으로 ‘긁어 부스럼’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 예술가가 정치에 연관되는 것을 싫어한다. 앙상블 시나위 공연 취소 이후 관련 예술가들을 만나 진실되게 이야기를 했는데,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립국악원이 좋아서 한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그런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쩌다보니 소낙비를 맞은 것 같다. 국립국악원의 입장이 단순하고 간단하지가 않다”면서 “최근 용 원장을 만났는데 특검에서 당시 상황을 모두 해명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원장의 발언은 지난 2015년 블랙리스트와 관련 문체부 방침을 따랐던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사과한 박정자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에 이어 예술기관 수장으로는 두 번째로 나온 입장 표명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연극인 일자리 지원사업 최종심사를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특정 단체에 대한 자격 없음 통지를 받고 시일이 촉박해 확인·소명 절차 없이 심사에 반영했다. 블랙리스트와 연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경위와 입장을 밝힘으로써 예술 검열에 관한 역사기록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문화예술계에서는 블랙리스트 실행 주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해 박근혜 정권 아래 예술기관의 검열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태다.

 한편 국립국악원은 자연 음향 공연장으로 바꾼 우면당을 오는 15일 정식 재개관할 예정이다. 지난해 리모델링 공사와 시범운영을 거친 우면당은 국악관현악 연주가 가능한 중규모 공연장으로 이전보다 음량이 커지고 울림이 좋아졌다. 김 원장은 “그동안 실내악과 독주 등 소규모 형태의 국악 전용 자연 음향 공연장이 이제 보다 넓은 무대로 확장돼 국악관현악 등 다양한 국악 레퍼토리를 원음 그대로 조화로운 음색을 들려줄 수 있게 됐다”면서 “국악기 고유의 순수한 음향을 객석에 온전히 전해 국악 감상의 격을 높이고 국악 연주에도 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해 다양한 레퍼토리가 발굴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