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기간 연장 필요성을 오늘 처음으로 공식화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측은 연장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특검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 요청에 대해 황 권한대행 측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는데 수사기간 연장 문제는 어떻게 결론 날까요. 공식 수사 48일째(2월 6일 월요일)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 “수사 기간 부족하다”=특검팀의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특검법상 수사 대상 14가지의 수사 상황이 아직 조금 부족한 상태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간 연장 승인 신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검법상 공식 수사기간은 70일로 오는 28일 만료되는데 대통령 승인을 받아 한 차례 30일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승인 요청은 수사기간 만료 3일 전인 25일까지 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라서 황 권한대행이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대행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것처럼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적 관심사인 특검 수사의 연장 요청을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 청와대 자료 임의제출 가닥?=이규철 대변인은 청와대 압수수색 대신 관련 자료의 임의제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황 권한대행 측의 협조 거부로 다른 돌파구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절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황 권한대행 측은 “압수수색 가능 여부에 대한 법령상 판단은 해당 시설 기관장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언론에 표명했습니다. 특검의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해선 따로 회신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그럼에도 이 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의 공식 답변을 받은 뒤 후속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브리핑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역시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사람이다, 특검의 입장과 비서실장·경호실장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런 부분을 충분히 판단하거나 조치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가 싶다, 압수수색 영장 유효기한이 이달 28일까지로 돼 있으므로 (답변 여부 등) 그런 상황까지 고려해 적절하게 판단하겠다.’ 여기까지는 원론적인 대답입니다.
그러고는 여지를 뒀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색의 경우에는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요시할 예정이다, 저희들이 원하는 자료를 받을 수만 있다면 (청와대) 경내든 경외든 상관없이 가능하다.’ 다소 후퇴를 해 신축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서도 조사 시기, 장소, 방법 등을 조율 중에 있다고 합니다. 대면조사 공개 여부도 협의대상이랍니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조사할지, 참고인으로 조사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 안종범 업무수첩 미스터리=특검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최근 추가로 확보한 바 있습니다. 안 전 수석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있었던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의 대통령 지시사항 등 업무기록이 빼곡하게 담겨 있습니다. 범죄혐의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죠.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확보한 업무수첩 17권과는 별개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확보된 수첩이 지금까지 청와대에 보관돼 있었다고 합니다. 안 전 수석은 자신의 발목을 잡을 이 수첩들을 왜 없애지 않았을까요.
알고 보니 안 전 수석이 자신의 보좌관한테 수첩들을 맡기면서 폐기하라고 했는데 보좌관이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특검팀은 “안종범이 폐기하라고 준 수첩을 보좌관이 청와대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하다가 안종범과 상관없이 변호사 입회 하에 임의제출해 압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 전 수석으로서는 믿었던 보좌관에게 발등을 찍힌 것이죠. 이규철 대변인은 “특검이 임의제출받아 압수한 안종범 수첩은 기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압수한 수첩과는 시기적으로 중복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김경숙 전 학장 기소… 최순실 3차 체포영장=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입시·학사 특혜와 관련해 구속 수감된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은 오늘 업무방해 및 위증 혐의로 법원에 기소됐습니다. 공소장에 최경희 전 총장은 공범으로 적시됐습니다. 특검팀은 최 전 총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달 25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습니다.
최순실씨에 대해서는 3차 체포영장을 이번 주중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체포영장에 뇌물죄를 적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 우병우 수사는?=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방조 또는 비호 의혹,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퇴출 및 특별감찰관실 해체 주도 의혹 등에 연루돼 있습니다. 의경인 아들의 ‘꽃보직’ 운전병 선발, 가족회사인 ‘정강’의 법인자금 횡령 등 개인 비위 의혹도 수사 대상입니다.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규철 대변인은 아직도 소환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혀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앞서 5일 오후에는 우 전 수석 아들을 운전병으로 선발한 백승석 대전지방경찰청 경위(당시 서울경찰청 부속실장)를 재소환 조사했습니다. 백 경위에 대해서는 우 전 수석이 이 전 특별감찰관 감찰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의혹 부분까지 특검팀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최근 이 전 특별감찰관도 참고인으로 비공개 조사했습니다. 4일 오전에는 우 전 수석과 종친 사이인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우 대표는 2014년 ‘정강’에 이우환 화백 그림 2점(3억1000만원 상당)을 판매했습니다. 특검팀은 자금 출처 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