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4일(현지시간) 미국 입국이 금지된 무슬림 7개국 출신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허용했다.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미국행이 차단된 이들의 항공기 탑승을 재개했으며, 행정명령 발동 이후 취소된 6만여명의 비자는 회복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나 법원 결정의 효력정지를 요청하기로 해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시애틀 연방지법은 지난 3일 무슬림 7개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 전역에서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 전역에 걸쳐 정지시킨 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한 지 1주일만이다.
법원 결정 이후 각 항공사들은 행정명령 적용 대상자들의 입국을 허용한다는 지침을 받고 탑승을 재개했다. 국토안보부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도 행정명령 이후 취한 모든 조치를 유보했다.
소송을 주도한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은 “대통령이라 해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법원의 결정은 헌법의 승리이자 미국적이지 않은 행정명령이 우리를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믿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거세게 반발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법무부가 ‘터무니없는’(outrageous) 법원 명령의 효력 정지를 긴급 요청해 합법적이고 적절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나중에 ‘터무니 없는’ 이라는 표현을 뺀 성명서를 다시 배포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시리아·이란·예멘·리비아·수단·소말리아 등 무슬림 7개국을 잠재적 테러위험이 있는 나라로 지목하고, 이들 출신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한편 CBS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의견이 51%로 나타나, 찬성(45%)보다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는 난민 유입을 120일간 봉쇄한 이번 조치가 ‘미국의 건국이념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건국이념에 부합한다’는 반응은 35%에 그쳤다.
그러나 지지정당에 따른 답변은 정 반대로 나타났다. 공화당 지지 성향 응답자의 85%는 행정명령에 찬성한 반면, 민주당 지지 성향 응답자의 85%는 반대했다.
공화당 지지자 10명 중 7명은 ‘행정명령이 건국이념에 부합한다’고 말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 10명 중 8명은 ‘어긋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40%로 나타나, 갤럽의 국정지지도 조사가 실시된 1953년 이후 가장 낮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48%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