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48. 범죄소굴 청와대 빗장 여는 건 황교안에 달렸다

입력 2017-02-03 18:11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가 3일 오전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을 위해 사무실에서 차량 뒷자석에 타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오늘 청와대 압수수색을 처음 시도했지만 청와대 측의 거부로 실패했습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청와대 직접 압수수색이 이뤄지는가 했지만 청와대 측이 계속 몽니를 부리는 바람에 범죄현장 진입을 하지 못한 것입이다. 결국 압수수색팀은 청와대 측과 5시간 동안 대치하다 일단 철수했습니다. 특검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공식 수사 45일째(2월 3일 금요일)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3일 오전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를 태운 차량이 청와대 춘추문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 수사팀 총출동… 연풍문에서 5시간 대치=특검팀은 전날 밤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오전 9시를 조금 지나 청와대로 출발했습니다. 박충근 양재식 두 특검보가 승용차를 타고 출발했고 다른 차량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압수수색팀은 특검보, 검사, 수사관 등 모두 20여명이었습니다. 청와대에는 미리 통보했습니다.

특검팀은 오전 9시50분쯤 청와대에 도착해 10시쯤 민원인 안내시설인 연풍문으로 들어갔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호실 직원들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협조를 구했습니다. 영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적시돼 있었습니다. 특검팀이 수사한 모든 혐의 사실이 망라돼 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공식 입건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압수수색 대상은 비서실장실, 민정수석실, 정책조정수석실, 부속비서관실, 경호실, 의무실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청와대는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경내 진입을 차단했습니다.

오후 2시에는 청와대 측이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와 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를 근거로 한 불승인 사유서를 특검팀에 제출했습니다. 이 조항들에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고는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자 특검팀은 현장 회의를 거쳐 오후 3시쯤 연풍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5시간 동안 대치하다 철수한 것입니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특검팀이 3일 오후 3시쯤 청와대 연풍문 앞에 대기 중인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청와대 측과 5시간 동안 대치하다 결국 철수했다. 뉴시스

# 범죄소굴의 문은 언제 열리나=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 측의 거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특검은 청와대가 군사시설이고 공무상 비밀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 장소 및 대상을 최소한으로 했음에도 청와대 측이 불승인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불승인 사유서는 지난해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압수수색 시도 때처럼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 명의로 제출됐다고 합니다. 사유서 내용도 그때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제출한 불승인 사유서와 관련해 두 실장의 상급기관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유서의 부적절함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오늘 정식으로 보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압수수색을 어떻게 진행할지 판단하겠다는 겁니다. 압수수색을 재시도하거나 임의제출 방식으로 필요한 자료를 받아올지를 결정하겠다는 얘기죠. 영장 유효기간은 2월 28일까지라고 합니다.

Q.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한 법리 검토를 마무리했다고 했는데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발송해 요청하는 게 전부인가.
A. 현재까지 검토 결과 실질적으로 어떠한 법리를 마련하더라도 사실상 청와대가 형소법 110조 및 111조를 근거로 거부할 경우 압수수색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불승인 사유서에 대해 소송이 가능한지, 가처분이 가능한지 그런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했으나 법리적인 걸 떠나 맹점이 있어서 힘들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최종적으로 상급기관으로 판단하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불승인 사유서의 부적절한 점을 제시하고 그 판단을 받아보겠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일 오전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정부서울청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제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 여부는 특검팀으로부터 협조 공문을 접수한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달렸다. 뉴시스

Q. 압수수색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 대면조사는 진행되는지.
A. 청와대 압수수색과 상관없이 대면조사 일정은 그대로 추진할 예정이다.

Q. 대통령 관저는 압수수색 대상지에 포함 안 됐나.
A. 대통령 관저의 경우에는 관저 출입한 내역이라든지 보안일지, 관련 서류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관저는 대상 장소에 포함되지 않았다.

Q. 청와대가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형소법으로 거부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청와대가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사후에라도 공무집행방해나 직권남용으로 기소할 수 있나.
A. 중요한 질문이다. 특검이 판단하기에도 형소법 110조, 111조를 보면 압수수색 장소가 군사상 기밀이 있는 장소 또는 공무상 비밀이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 외에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게 돼 있다. 청와대가 제시한 불승인 사유서에는 어떤 경우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지에 관한 설명이 제시돼 있지 않다. 특검과 청와대가 아닌 제3의 기관이 판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질문한 바와 같이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 (거부한 관계자들을) 체포하는 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계속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명백히 해당되는지는 현재로선 말씀 드리기 어렵다.

Q. 압수수색 영장은 통상 7일 기한인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기한은?
A.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은 보통 7일 정도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영장집행에 있어 논란이 있고 시일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2월 28일까지 받았다.

Q. 영장 기한이 2월 28일까지이면 임의제출 받을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면 되나.
A. 영장집행 방식보다는 실질적으로 특검이 필요한 여러 범죄혐의와 관련된 서류를 받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저희가 원하는 서류를 임의제출 형식으로라도 제출한다면 그런 부분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이제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 여부는 황교안 권한대행에 달려 있습니다. 공문을 접수받은 황 권한대행이 범죄소굴의 빗장을 열어줄지가 국민적 관심사항이 됐군요.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