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채윤(48)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오늘 진행됐습니다. 박 대표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 부인입니다. 그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할 때와 법원으로 이동할 때 얼굴 대부분을 흰 마스크와 검은 목도리로 가렸습니다. 눈만 내놓았죠. 왜 그랬을까요. 뭔가 가리고 싶은 게 있었나 봅니다. 이와 별도로 특검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공식 수사 45일째(2월 3일 금요일)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박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오전 9시35분쯤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습니다. 최근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을 때 비공개로 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한데 오늘 드디어 얼굴이 노출됐습니다. 하지만 마스크와 목도리로 얼굴을 꽁꽁 가렸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뇌물 사건이 가려지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법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특검팀 수사관들과 함께 나타난 박 대표는 “안 전 수석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인정하느냐” “청와대에 몇 차례 출입했느냐” “사업 청탁을 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대기 중인 차량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했습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어 법원에 도착한 그는 기자들이 “특혜를 받은 적 있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부었지만 역시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됐습니다.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됐죠. 특검팀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2시쯤에 끝났습니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또는 새벽에 결정될 것입니다. 앞서 박 대표는 안 전 수석에게 현금 2500만원과 외국브랜드의 명품가방, 발렌타인 위스키 30년산, 화장품 및 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특검팀에 의해 지난 1일 밤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었습니다. 특검팀에 따르면 뇌물액수는 수천만원이라고 합니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의료용품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2015년 의료용 특수 실(‘김영재 봉합사’) 개발을 목적으로 정부로부터 15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게 뇌물 제공 대가로 받은 특혜라는 게 특검팀 설명입니다. 박 대표는 또 당시 대통령 주치의(재직 2014년 9월∼2016년 2월)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 교수에게 ‘김영재 봉합사’를 서울대병원에 납품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재직 2013년 5월∼2016년 5월)을 지난 1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습니다. 오 전 원장은 병원장 재직 때인 지난해 2월 성형외과에 ‘김영재 봉합사’를 등록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 공정위 금융위 압색=특검팀은 오늘 오전 9시쯤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급습했습니다. 공정위 부위원장실, 사무처장실, 경쟁정책국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겁니다. 공정위가 삼성을 위한 특혜 입법을 지원했는지 살펴보기 위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삼성으로 이어지는 뇌물 고리와 관련됩니다.
비슷한 시간 서울에 있는 금융위원회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금융위 부위원장실과 자본시장국, 금융정책국 등이 타깃입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 여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여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사업(ODA) 사건 관련자 금융정보 파악을 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검팀은 “삼성의 뇌물과 미얀마 ODA 수사 등과 관련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수사 대상자의 개인정보나 금융정보 자료도 포함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