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갖지 못한 유토피아이다. 육신이 생육을 위해 고기를 먹는 순간부터 행복이 멀어져 갔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단코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눅 18:17)하였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존재의 육신이 되고, 그 육신은 생육하기 위해 어린 아이를 벗어나고 말았다.
천국의 백성은 먼저 위와 생식기가 없을 것이다.
그 천국의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누구보다 단순하다. 바보여서 단순한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단순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훗날 위가 없고 생식기가 없을것이다.
육식하는 우리가 아이가 되려면 사랑을 담은 소소한 말과 눈빛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림 속 인물들은 훗날 위와 생식기가 없을 것 같다.
[민대경 전시노트]
민대경 개인전 2017년 2월 1일~7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 토포하우스(02-734-7555)
[민대경 작품 세계] 민대경은 2009년 경향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는 등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3회 입선했다. 또한 목우회 입선 7회와 그 외 공모전에서 다수에 걸쳐 입상했다.
문외한이지만 미술 작품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색채보다도 묘사에 집중하여 그린 것과 묘사보다도 빛나는 채색을 위주로 한 작품, 그리고 묘사와 채색 모두를 표현하고자 한 그림 등.
이 번 전시회는 이 모두가 각각의 장점을 두루 선보이는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묘사와 구도를 위주로 하기도, 감성적인 색체가 중점을 이루기도, 한편으로는 이 모두가 융합한 작품에 이르기 까지.
현란한 붓 터치가 돋보이는 「가을 환상곡」, 원시(原始)를 느끼게 하는 붉은 원색의 「꽃피는 바다」, 풍만하지 않아 더 인간적인 여체의 쓸쓸함이 두드러진 「창밖에 가을이 오고요」, 빛의 전령사를 방불케 하는 「그해 여름」, 현란함이 톡톡 튀 듯 살아 있는 「님을 향한 노래를」, 아득한 그리움에 빠지게 하는 「생각하는 여인」, 靜的하여 더더욱 살아 움직이는 물살을 가슴까지 밀어 넣어 출렁이게 하는 「섬진강 평사리」, 그리고 아늑함으로 녹아나게 하는 힘이 넘치는 「여명, 그 아련한 물빛」 까지.
그 열정적 性情이 모든 회화에 감각적으로 드러난다. 그의 모든 작품들 속에는 낯익은 풍경들이 기억의 퍼즐처럼 조각화(彫刻化) 되어 있다. 대부분의 색감은 따뜻하다. 밟고 경쾌한 소재들이 시간 속에서의 기억을 차지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모색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감상자의 눈이 맑아지는 듯 한 착각이 들만큼 신선한 시각적인 체험을 가져다준다. 한마디로 그림 속에 생명의 리듬이 담겨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술은 눈으로 보는 철학이라는 인식을 새삼 새롭게 해본다. <皇甫>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