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의 꼼수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구속 수감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신은 특별검사법상 수사대상(특검법 제2조 1∼14호의 14개 의혹사건)이 아니라며 이의를 신청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률 미꾸라지라는 오명을 얻은 김 전 실장이 수사망을 헤쳐 나오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허사가 된 것입니다. 공식 수사 45일째(2월 3일 금요일)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 “당신은 수사대상이야”=서울고법 형사9부(황한식 부장판사)는 오늘 오전 김 전 실장이 지난 1일 제기한 ‘특별검사의 직무범위 이탈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의 기각 이유는 이렇습니다. “김 전 실장의 범죄 사실은 특별검사법에 열거된 의혹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것으로 이들 의혹사건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기 때문에 특검의 수사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특별검사법은 사건의 의혹단계에서 입법된 배경을 반영해 ‘의혹사건’(특검법 2조 1∼14호)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련사건’(특검법 제2조 15호)이란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것으로서 개별 의혹사건과 사이에 합리적인 관련성이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합리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특별검사법 2조에 열거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특별검사의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검법 2조 15호는 ‘제1호부터 제14호까지의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사건’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블랙리스트 의혹은 2조 15호에 해당돼 수사대상이 명백하다는 것이 법원의 결론이죠.
재판부는 특검팀이 적법절차도 준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실장에 대한 범죄인지 및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이 보장되는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절차도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김 전 실장이 법망을 피해 도망갈 곳은 없어졌습니다. 사법적 단죄를 받는 길밖에 없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