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신군부의 검열을 받았던 영화 '최후의 증인'(감독 이두용, 1980년 작)이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이두용(75·경기도 고양 충정교회) 감독의 역작 '최후의 증인'은 운명적으로 얽힌 비운의 주인공을 통해 한국전쟁이라는 한국현대사의 비극적인 시간과 상처를 다룬 작품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오는 9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독일에서 열린다.
이 감독은 9일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독일 베를린에 간다.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제21회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제 작품들을 모아 회고전을 열었다"며 "이 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와서 '최후의 증인'을 유심히 본 것 같다"고 초청된 이유를 밝혔다.
이 영화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1980년 개봉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검열로 50여분이 넘게 잘린 100분 버전이 상영됐다.
1987년 출시된 비디오는 여기서 10분이 잘린 90분 버전이었다.
이 영화는 어둡고 거친 화면속에 암울했던 시대와 아픔을 묵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 내내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외투를 걸치고 신발이 헤질 때까지 ‘최후의 증인’을 찾아, 혹 은 ‘최후의 증인’이 되고자 벌판을 헤매고 다니는 오 형사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 속에 은폐되고 망각해왔던 어두운 역사의 기억을 찾아낸다.
8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에 맞서고자 했던 감독의 분신이기도 하다.
'최후의 증인'은 2001년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배우 하명중 정윤희 최불암 등이 출연했다.
1970년 데뷔한 이두용 감독은 액션, 멜로, 사극, 사회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태권도 액션 영화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피막'으로 1981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특별상,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1984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 등 80년대 한국영화로선 처음 국제무대에 널리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영화 '최후의 증인'에서 출연 배우의 후시녹음을 담당했던 배우 양택조는 "한국영화가 1970년대부터 흥행과 비평 모든 면에서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이두용 감독은 당대 감독 가운데 드물게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굵은 족적을 남겼다"고 평했다.
"특히 최후의 증인은 한국전쟁 중에 일어난 믿겨지지 않는 내용을 담은 걸작이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