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국감 증인에서 빼라…합병 도와라” 안종범 수첩에 적힌 박 대통령 지시

입력 2017-02-03 06:08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엔 삼성 인사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막으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담겨 있다. 또 삼성이 합병이전에 안 전 수석과 수차례 접촉해 대책을 강구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삼성의 합병을 도와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SBS는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 내용을 2일 공개했다. 공개된 수첩에는 ‘VIP, 국감에 출석 않도록 정무위, 기재위, 교문위에 조치할 것’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안 전 수석은 특검에서 이 메모에 대해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세 군데 상임위에 삼성 인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게 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SBS는 보도했다.

당시에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야당이 삼성 임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였다. 안 전 수석은 여권 인사들에게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 실제 새누리당 반대로 삼성 임원들에 대한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더불어 삼성물산 합병 일주일을 앞둔 2015년 7월10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안 전 수석을 만나 외국계 투기자본의 M&A 공격에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하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내용도 담겨 있다고 SBS는 설명했다.

이 시기에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안 전 수석과 수십 차례 연락했고 박 대통령도 안 전 수석에게 합병을 도와 자본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는 내용도 수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SBS는 부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박상진 사장은 합병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이 같은 정황들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굳힐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