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정우-강하늘 극한 케미… 짠함이란 게 폭발해

입력 2017-02-02 18:16 수정 2017-02-02 23:09
뉴시스

이토록 짠할 수 있나. 법이라는 이름을 한 무자비한 폭력에 속절없이 당하고 마는 한 청년의 이야기. 영화 ‘재심’이 전하는 깊은 울림의 진원지에는, 눈빛이 맑고 마음이 뜨거운 두 배우가 있다.

2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재심’은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극화한 영화다. 목격자였던 청년이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간 수감생활을 한 사건. 청년의 무고를 믿어준 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태윤 감독은 이 같은 뼈대 위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극 중 누명을 쓴 청년은 현우(강하늘)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는 사건에 관심을 가져준 변호사 준영(정우)과 함께 진실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사익을 위해 접근했던 준영도 현우와 감정을 공유하며 점차 정의에 눈을 뜬다.

119분 내내 이 영화를 지배하는 감정은 억울함이다. 자백을 강요하는 경찰의 무자비한 폭행을 피할 방법이 현우에게는 없다. 폭력 형사(한재영)에게 얻어터지고 피멍이 들며 정신까지 혼미해져가는 그를 바라보고 있자면 ‘왜 하필 그때 거기에 있었느냐’는 탄식이 밀려온다.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을 쉽사리 이야기에 동화시킨다. 정우는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소신을 지키는 인물을 안정적으로 그려냈다. 강하늘은 ‘동주’(2016)에 이어 짠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울분으로 가득찬 그의 눈빛이 이 작품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김해숙, 이동휘, 한재영 그리고 이경영은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우와 강하늘은 “작품을 결정할 때는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다. 이야기의 힘을 믿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입을 모았다.

촬영 당시 매 신마다 ‘한 번 더’를 외치며 의욕을 보였던 정우는 “굉장히 욕심이 많이 난 작품이었다. 긴장이 많이 됐으나 좋은 분들과 함께해 심적으로 힘을 얻었다. 열정적인 분위기로 이끌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감독님을 많이 괴롭혔다”고 말했다.

특히 극한의 상황을 겪어내야 했던 강하늘은 “더운 날 땀 많이 흘리고, 피 많이 칠하고, 많이 맞아가면서 연기했는데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해맑게 얘기했다.

그는 “영화를 보니 ‘왜 저것밖에 못했나’ 싶은 부분이 많더라”며 “시나리오에 모든 걸 맡기고 연기했는데, 감독님과 정우 형 덕분에 현우 캐릭터가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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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안에서 강하늘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한재영은 간담회에서 뒤늦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 “사과는 현장에서도 많이 했지만 공식적으로, 강하늘씨 죄송합니다.” 강하늘은 몸 둘 바를 모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실제 성격과 다른 연기를 해야 돼서 많이 괴로웠다”고 너스레를 떨던 한재영은 “현장에서 강하늘씨에게 물어봤더니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대로 했다”며 “다치지 않도록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갖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재심’은 불완전한 공권력을 경계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 전반에 가볍지 않은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 영화를 사회고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언론이 해야 되는 역할이지요. 우리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려고 노력했습니다.”(김태윤 감독)

가려진 진실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이 영화의 진심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