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 45. 특혜 주고 가방·술·화장품 받은 청와대… 뇌물 영장

입력 2017-02-02 18:03 수정 2017-02-03 12:43
알선수재 혐의로 2차 체포영장이 발부된 최순실씨가 2일 오전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재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비선 진료’ 핵심에게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고가의 선물 등을 받았다고 합니다. 당사자는 당시 청와대 안종범(구속) 정책조정수석입니다. 선물 공세를 편 사람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 단골 병원인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 측입니다. 바로 김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가 명품가방, 위스키, 화장품 등을 안 전 수석에게 주고 고급의 식사대접도 했다고 하는군요. 이런 게 대가성이 짙은 뇌물입니다. 특별검사팀은 박 대표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안 전 수석을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입건했습니다. 공식 수사 44일째(2월 2일 목요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 지난달 17일 특검팀에 소환됐을 때의 모습. 뉴시스

# 의료비리 수사 본격화=‘비선 진료’와 ‘세월호 7시간’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영재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공식 자문의가 아닌데도 부인과 함께 청와대를 무단으로 드나들며 박 대통령을 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다리는 최순실씨가 놔줬죠. 그리고 청와대와 김 원장 측의 뒷거래가 이뤄집니다. 2015년으로 돌아가보죠.

박채윤 대표가 운영하는 의료용품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2015년 의료용 특수 실(‘김영재 봉합사’) 개발 목적을 내걸고 정부로부터 15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 업체로 선정됐습니다. 그해 9월에는 박 대통령 중국 방문 때 박 대표가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합니다.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는 박 대표와 김 원장이 비공식적으로 동행을 하죠. 김 원장 부부가 이례적인 특급 대우를 받은 겁니다.

그 대가를 안 전 수석이 챙깁니다. 고가의 외국브랜드 가방, 발렌타인 위스키 30년산 등을 선물로 받고 럭셔리한 식사도 대접받습니다. 현금 2500만원도 받았다고 합니다. 안 전 수석이 박 대표와 전화통화한 내용도 공개됐습니다. “아이고 뭐 선물도 주시고, 저 와이프한테 점수 많이 땄는데 덕분에”라는 안 전 수석의 말이 방송사 전파를 탔죠(어제 SBS 통화녹음 파일 보도). 안 전 수석 부인이 김 원장으로부터 무료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 전 수석이 받은 뇌물액수는 모두 수천만원이라고 합니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금품이나 향응을 모두 포함해 뇌물로 볼 수 있는 금액을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수천만원 상당으로 파악됐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가) 자진해서 줬는지 여부는 피의사실 관련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고도 했습니다.

특검팀은 최근 박 대표를 조사한 뒤 어제 밤늦게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구속 여부는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됩니다. 특검팀은 지난달 17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김 원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 중입니다. 부부가 자칫 동반 구속될 위기에 처한 것이죠.

특검팀은 김 원장 부부의 특혜 의혹과 관련,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오늘 오후 2시 소환했습니다. 정 차관은 당시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으로 재직했습니다. 정 차관을 상대로 박 대표 업체가 정부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배경을 조사하기 위해 부른 것입니다. 그는 “김 원장 측의 중동 진출을 지원했느냐” “안 전 수석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내가 관여하지 않았다. 자세한 얘기는 특검에서 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뭔가 구린내가 납니다.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인 밀어주기 외에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수사대상입니다.

김영재 원장 부부 특혜 의혹과 관련해 2일 오후 소환된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뉴시스

# 우병우 곧 소환=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의무경찰대원 복무 때 ‘꽃보직’인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선발한 백승석 경위도 오후 2시쯤 특검팀에 소환됐습니다. 백 경위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운전병 선발 이유로 “특히 코너링이 굉장히 좋았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2015년 2월 의경으로 입대한 우 전 수석 아들은 같은 해 4월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됐다가 7월에 이상철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의 운전업무를 맡았습니다. 그해 12월 이상철 부장이 서울경찰청 차장(치안감)으로 승진하자 차장실 소속으로 변경됐죠. 부대 전입 4개월 이후부터 전보가 가능하다는 경찰청 규정을 위반한 것입니다. 운전병 선발 과정에서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가 수사 초점입니다.

우 전 수석은 이외에도 최순실씨 국정농단 방조 또는 비호 의혹,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이석수 특별감찰관 퇴출 및 특별감찰관실 해체 주도 의혹 등에 연루돼 있습니다. 이규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을 금명간 소환하냐”는 질문에 “특검 수사기간을 고려할 때 조만간 소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우 전 수석이 특검팀 사무실 포토라인에 설 날이 임박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65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1일 청와대 본관 앞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통령 대면조사를 놓고 특검팀과 청와대 측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청와대 압수수색, 대통령 대면조사 힘겨루기=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둘러싸고 특검팀과 청와대 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측은 경내 압수수색은 허용할 수 없고 대면조사도 늦추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특검팀은 법에 따른 압수수색 집행,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대면조사를 하자는 입장입니다. 조율이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대변인의 관련 브리핑 내용입니다. ‘그것(경내 압수수색 불가)은 청와대의 입장이고 특검 입장에서는 관련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원론적인 말씀만 드릴 수 있다, 압수수색은 범죄혐의와 관련된 장소 및 물건에 대해서 할 수 있어서 청와대 비서실장실 민정수석실 의무실 경호실 등의 장소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여러 가지 법리적·사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능성을 예측해서 그때 상황에 따라서 적절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기본 입장은 변한 게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시기 등과 관련해서는 신축적으로 대응할 모양입니다. ‘특검의 기본 생각은 어떤 형태로든 대면조사를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물론 10일 이전이라든지 초순 이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대면조사가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할 예정이라 상황에 따라선 유동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한다, 원칙적으로 대면조사의 경우 공개할지 비공개할지 여부도 현재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 측과 논의 과정에서 정해질 것이기 때문에 추후 확정되면 말씀드리겠다, 대면조사가 중요한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비공개로 조사할 수도 있다, 큰 틀에서 조율 중이다, 박영수 특검이 직접 하게 될지 특검보와 부장검사가 할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이 2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최순실 2차 체포영장 재소환=2차 체포영장(알선수재 혐의)이 발부된 최순실씨는 오늘 오전 10시쯤 재소환됐습니다.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간 뒤 다시 출석한 것입니다. 오늘도 묵묵부답 모드와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게다가 오전에는 변호인 접견으로 실질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오후부터 조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최씨가 계속 버티면 특검팀은 뇌물수수 공범 등의 혐의로 다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절차를 취하겠답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