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우매체 편집자의 대학교 방문을 두고 캠퍼스의 분노에 불이 붙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서부의 명문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버클리) 대학교에서 극우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수석편집자 밀로 야노풀로스(33)의 방문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현장 목격자들은 현지 언론에 이날 밤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돌이 날아다니고 불이 붙는 등 폭력 사태가 일어나 한때 캠퍼스가 폐쇄됐다면서 대학 경찰 당국이 폭동진압 경찰들을 투입해 최루가스까지 살포하며 1500여명의 시위 참가 대학생들을 해산시켰다고 밝혔다.
야노풀로스의 UC버클리 방문 일정도 결국 취소됐다. 앞서 UC로스앤젤레스(UCLA)와 UC데이비스에서도 학생들의 거센 항의로 야노풀로스의 강연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시위를 주최한 학생단체 ‘트럼프에 저항하는 버클리(Berkeley Against Trump)’는 원래 평화시위를 기획했지만, 경찰과의 충돌로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과열됐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위를 촉발한 야노풀로스는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기술 부문 수석편집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렬한 지지자 겸 극우 ‘인터넷 트롤(troll·인터넷 공간에서 공격적이고 반사회적 반응을 선동하는 이용자)’로 악명 높다. 브레이트바트 뉴스는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백인 우월주의자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만든 극우 인터넷 매체다.
그리스 태생의 영국 출신인 야노풀로스는 최근 한술 더떠 백인 남자 대학생만을 위한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야노풀로스 특권 보조금’의 신청자를 받기 시작했는데 기금은 극우 성향 개인 기부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 백인 우월주의자의 위험한 계획에 대해 미국 대학가에서도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UC버클리 법학전문대학원 이어헤이니 로페스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야노풀로스가 겨냥한)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은 역사적으로 학교, 직장, 사회에서 소외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백인 남성만을 위한 우대정책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통합의 도덕적·사회적 중요성을 조롱하는 처사로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에디 글라우드 주니어 교수도 “서로 연계한 백악관의 배넌과 브레이트바트 뉴스의 야노풀로스로 인해 우리 모두가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백인 남학생만을 위한 장학 프로그램은 전혀 미안한 기색조차 없는 명백한 백인 국수주의자의 의제”라고 일침을 놨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