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행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 비판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양대 교회연합기구인 WCC(세계교회협의회)와 WEA(세계복음주의연맹)를 비롯,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USA), 개신교 목회자 단체 등이 동참했다.
WCC와 루터교세계연맹 등 3개 교회연합단체는 지난 1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결국 테러에 따른 희생과 종교적 박해, 내전의 피해를 늘릴 거라는 시각에 동의한다”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를 위해 전 세계 믿음의 공동체들과 함께 이번 조치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WEA는 “(미국)정부의 압박으로 난민 문제가 위기로 치닫는 상황”이라며 “우리 크리스천들은 난민 관련 정책을 다루는 정부 지도자들이 지혜를 가지도록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WCC와 WEA는 각각 110개국 5억6000만 명, 129개국 6억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양대 교회연합기구다. 지진과 홍수, 산불 등 대형 재난·사고 발생에 대한 위로 메시지 발표를 제외하고 세계 교회·목회자 연합체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는 건 이례적이다.
미국 교계는 한층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장로교(PCUSA) 총회는 “난민들의 처지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위험천만한 결정을 즉각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NCCUSA는 “행정명령을 반대하는 미국의 관료들,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정의를 찾아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계 단체의 성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성경구절은 레위기 19장 33~34절이다. ‘너희 땅에 외국인이 너희와 함께 살 때, 그들을 학대하지 마라. 그들을 너희 동포처럼 여기고, 너희 몸을 사랑하듯 그들을 사랑하여라. 너희도 이집트에서 살 때는 외국인이었다.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이다.’(쉬운 성경)
박재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