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화 감상 등 인지훈련, 경도치매 개선 효과 좋다”

입력 2017-02-02 11:46
노년층에서 치매는 암보다 더 무서운 병으로 여겨진다. 완치나 회복이 불가능하고,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가족들 모두가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커지는 공포감과 두려움만큼이나 치매 환자는 점차 늘고 있는데, 아직 완치법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예방과 함께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매는 인지능력장애로 올 수 있는 질병을 통칭하는 용어다.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기억력과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력 등 여러 인지기능의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100가지도 넘는다. 

흔히 전문가들이 치매를 무작정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조기 진단을 통해 진행을 억제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특히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 단계라 볼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 들어섰다면 보다 적극적인 검사 및 치료를 통해 빨리 진단하고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의료진이 음악과 영화 감상, 운동하기 등과 같이 비(非)약물요법으로 초기 단계 치매 환자들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진행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사진 왼쪽), 한지원 교수 연구팀이 지역사회 거주 경도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위해 개발한 비약물치료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연구팀은 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다기관 무작위 위약 대조군과 비교해보는 임상시험연구를 통해 검증한 결과 전반적인 인지기능, 정신행동증상 및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알츠하이머 디지즈(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최근호에 보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는 총 64명의 지역사회 거주 경도치매 혹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주 3회, 총 8주간 진행됐다. 절반(32명)에게는 기존 연구의 체계적 고찰 및 메타 분석을 통해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정된 6개의 비약물치료법(인지훈련치료, 인지자극치료, 현실인식훈련, 운동치료, 회상치료, 음악치료)으로 구성된 비약물치료 프로그램, 나머지 32명(대조군)에게는 통상적인 인지활동 프로그램만 시행하는 방법이었다.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은 운동치료, 현실인식훈련, 인지훈련치료가 각각 30분씩 이루어지고, 30분의 휴식시간 후 회상치료, 인지자극치료, 음악치료 중 한 가지 치료를 60분 교육으로 구성해 이루어졌다. 

반면, 통상적인 인지활동 모임에 참가한 대조군은 건강 관련 비디오 시청, 비디오 따라 체조하기, 자유로운 대화시간 및 오락 활동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이루어졌다.

[그림] 비약물치료프로그램 및 대조군 프로그램 구성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비약물치료 프로그램은 대조군에 비해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와 알츠하이머병 평가 척도(Alzheimer’s Disease Assessment Scale-Cognitive Subscale)로 평가한 전반적 인지기능에서 의미 있는 호전을 보였으며, 우울 등과 같은 문제행동 도 약해지는 등 환자 스스로 느끼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이정신상태검사에서는 통상적인 인지활동을 한 대조군은 오히려 0.2점 점수가 하락함에 비해, 비약물치료프로그램을 받은 실험군은 0.9점 상승함으로써 비약물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비록 8주라는 다소 짧은 기간이지만, 단기간의 수행만으로도 효과가 입증된 바, 비용효과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과거 국내에서는 정상 노인이나 경도인지장애 혹은 시설에 입소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 위약대조군 비교 임상시험은 시행된 바 있었으나,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경도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군 비교 임상시험으로 비약물치료법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한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비약물치료법의 인지기능, 정신행동증상, 삶의 질에 대한 효과를 검증함으로써,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비약물적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치매 증상을 경감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