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도시’ 액션장인 지창욱이 이끈 신선함의 끝

입력 2017-01-31 18:53
뉴시스

액션 장인(匠人)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배우 지창욱은 액션의 끝을 선보였다. 맞고 뛰고 때리고 부수고 깨지고…. 한 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영화는 126분간 관객을 온전히 붙잡아놓는다.

3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조작된 도시'는 짠한 비주류들의 극적 연대로 통쾌함과 뭉클함이 동시에 안겼다.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젊은이들이 제 입맛대로 세상을 조작하는 거대 권력에 용감하게 맞서는 이야기다.

틈만 나면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는 백수 권유(지창욱)의 평범한 일상이 어느 날 풍비박산 난다.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살해 용의자 누명을 쓰게 된다. 사건이 조작된 시간은 고작 3분16초. 덧에 완벽하게 걸려버린 권유는 교도소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탈옥에 성공하지만 전국에 수배령이 떨어진 상황. 막막하기만 했던 권유에겐 다행히 동료들이 있었다.

실은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게임이라는 가상공간 속에서 만나 팀을 이뤄 활동했던 게 전부다. 그럼에도 이들의 우정과 의리는 둘도 없이 끈끈하다. 팀원들은 저마다 결핍이 있다. 대인기피증이 있는 초보 해커(심은경), 영화 특수효과 말단 스태프(안재홍)…, 번듯하게 내세울 게 하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반격을 위해 힘을 합치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사건의 중심이면서 팀의 대장인 권유 역을 맡은 지창욱은 액션의 정석을 보여줬다. 와이어 총격부터 종이·헝겊·쌀알을 이용한 격투까지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장면들을 소화했다. 특히폐차 직전의 경차에 슈퍼카 엔진을 달고 펼치는 카체이싱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다.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창욱은 “영화를 보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이 다시 한 번 떠오르더라”며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굉장히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교도소 신 촬영이었다. 그는 “영화에 나온 것 보다 훨씬 많은 분량을 맞고 뛰었다”며 “특히 달리는 장면이 많아서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이 됐던 게 사실이다. 지창욱은 “요소요소에 만화적인 장치가 있었고, 첫 스크린 주연작인데 ‘과연 내가 영화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불안감에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그에게 확신을 준 건 박광현 감독이었다. 그는 “감독님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생각을 들어보고 나니 박광현 감독님이라면 너무나도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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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현 감독은 전작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후 오랜 공백이 있었다. 그는 “그동안 저도 다른 감독들처럼 다시 돌아오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긴 시간이 걸렸다”고 얘기했다.

바로 앞에 있는 상대와도 전화로 대화할 정도로 소심한 여울 역의 심은경은 홍일점으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안재홍씨와는 전작을 같이 해서 친한 편인데 지창욱씨와는 서로 낯을 가려 촬영장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래도 실제 성격과 극 중 캐릭터에 비슷한 면모가 있어서 환상의 케미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지창욱에 대해선 “너무 멋있으시다. 액션 연기의 1인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케미가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 출연진은 이례적일 정도로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영화를 오늘 처음 봤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제가 출연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심은경)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 땀이 많이 났어요.”(안재홍) “감독님이 ‘재미있고 새로운 영화를 같이 해보자’고 해서 참여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오정세) “영화 죽이네요. 두정신없이 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독님. 아주 행복합니다.”(김상호) 배우들의 자신있는 표정에는 결코 거짓이 없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