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가 유재경 주미얀마대사의 발탁에 개입한 사실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인했다.
유 대사는 31일 오전 서울 대치동 대치빌딩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유 대사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에 “최씨가 저를 면접해서 대사로 추천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최씨가 저를 추천했다고 하면 굉장히 사람을 잘못 봤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저는 지금도 누가 저를 대사로 추천했는지 알지 못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 대사는 특검팀 오전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입장을 철회하고 최씨의 인사 개입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유 대사가 특검에 들어 올 때는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는데 현재 오전 조사가 끝난 시점에서는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본인이 최씨의 추천으로 발탁된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삼성전기 임원 출신인 유 대사를 최씨가 추천했다는 점에서 최씨와 삼성 간의 관계가 대사 인사 임명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유 대사가 삼성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최씨와 삼성이 등장한다는 측면에선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유 대사의 임명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최씨와 유 대사가 친분이 있었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유 대사는 지난해 5월 정통 외교부 관료 출신인 이백순 대사가 물러난 후 주 미얀마 대사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유 대사를 상대로 최씨가 미얀마 대사 인사에 개입한 이유를 따져물었다. 특검팀은 최씨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대행사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M사의 지분을 넘겨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미얀마 K타운은 약 760억원 예산이 책정된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이다. 특검팀은 M사가 K타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최씨가 지분을 통해 이익을 나눠가지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중에 최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