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꿈길에서 깨어나…” 박한철 헌재소장, 선시로 읊은 마지막 소회

입력 2017-01-31 12:28 수정 2017-01-31 12:29
31일 퇴임한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장은 공직생활의 마지막 소회를 선시(禪詩) 한 수로 대신했다.

몽과비란상벽허(夢跨飛鸞上碧虛)하니 (꿈 속에 난새를 타고 푸른 허공에 올랐다가)
시지신세일거려(始知身世一遽廬)라 (비로소 이 몸도 세상도 한 움막임을 알았네)
귀래착인한단도(歸來錯認邯鄲道)하니 (한바탕 행복한 꿈길에서 깨어나 돌아오니)
산조일성춘우여(山鳥一聲春雨餘)라 (산새의 맑은 울음소리 봄비 끝에 들리네)

선시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불교문학이다. 박 소장이 읊은 시는 중국 송(宋)나라 때 진국태부인이 대혜종고 선사에게 보낸 시로 알려져 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박 소장 내외는 서울 자택을 불교재단에 기부하고 같은 집에서 전세살이를 해 화제를 낳은 적도 있다.

헌재 직원들은 박 소장의 퇴임을 기념해 만든 영상에서 박 소장을 두고 “시인이자 철학자였다”고 소개했다. 실제 박 소장은 법조인으로 바삐 사는 중에도 시를 짓고 낭송하길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고위 간부로 재직할 때에도 직원들에게 시 구절을 보내준 일이 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