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소장은 이날 헌재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헌법재판소는 지금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위중한 사안을 맞아, 공정하고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은 분들에게 어려운 책무를 부득이 넘기고 떠나게 되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도 덧붙였다. 박 소장의 퇴임 이후에는 이정미 재판관이 임시 권한대행을 맡고, 8인 재판관이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한다.
박 소장은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벌써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의 중대성에 비춰, 조속히 이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아 있는 동료 재판관님들을 비롯한 여러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사건의 실체와 헌법·법률 위배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최종적인 헌법수호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 소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훌륭한 헌법재판이란 직선, 곡선, 그리고 색채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음악과 같다”고 규정했다. 국가와 사회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직선, 창의성을 뜻하는 곡선, 그리고 다양성을 상징하는 색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선율이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박 소장은 “2013년 헌법재판소장으로 취임하면서 말씀드렸던 ‘헌법’ ‘국민’ ‘역사’라는 세 가지 거울을 항상 가슴에 지니고, 결코 부끄러움이 없는 헌법재판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헌법재판소를 떠나 바깥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재판소가 슬기로운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헌법재판소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한 기억을 언제까지나 뿌듯하게 간직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600년 백송과 함께, 늘 영예롭고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